2015년 3월 30일 월요일

89 황순원 <카인의 후예>


새로운 시대의 도래는 새로운 혼란의 시작이기도 하다. 남북통일이 언제쯤 이뤄질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지만 황순원의 <카인의 후예>를 읽다보면 우리 민족이 통일을 어떤 마음으로 준비해야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된다
일제시대때 조선 사람들의 소원은 광복이었다. 그러나 막상 그렇게 고대하던 해방이 날이 다가왔을때 그 기쁨은 짧았고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혼란과 폭력이 일제를 대신했다. 그것은 준비되지 않았고 남의 힘에 의해 해방을 맞게된 조선민족이 당면하게 된 낯설지않은 인간의 이기적 욕망 때문이었다

소설카인의 후예는 해방직후 북한의 한 마을에서 토지개혁과 관련해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소설이라고 하지만 어찌보면 광복직후의 한국역사를 증언하는 일종의 역사물이기도 하다.

주인공 박훈은 평양에서 공부하는 동안 조부와 아버지의 사망으로 졸지에 지주가 되었다. 도섭 영감은 훈이네 토지를 관리해 온 마름인데 박훈은 마름의 딸 오작녀를 좋아한다. 해방이 되어 북한 세력이 들어서면서 지주로서 또한 지식인으로 학당을 운영했던 박훈은 학당을 당에 압수 당하고 도섭 영감은 지주와 관계를 끊으라는 당의 압력을 받아 토지개혁운동에 앞잡이가 된다. 농민대회가 열리며 대부분 지주들은 예외없이 반동분자로 몰려 숙청을 당하지만 이와중에 박훈은 오작녀의 도움으로 간신히 숙청은 면한다
고향마을 사람들은 낯선 이데올로기의 도입으로 신분이 하루아침이 뒤바뀌고 모든 것이 불안전한 틈을 타 서로 불신하며, 질투 증오하는 가운데 살인까지 자행하게된다. 그것은 형제와 다름없는 한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난 범죄였다. 또한 이런한 범죄는 한 마을을 넘어서 조선땅 한민족 간의 문제로 확대되고 황순원은 문제의 원인을 카인과 아벨의 사건까지 소급하며 인류의 원죄와 연결한다. ()과 같은 소설가 황순원의 탁월성은 조선 민족에게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보편적 의미로 확대시켜 한국의 역사적 사건를 소설로 형상화시킨 점에 있다.

카인은 자신의 동생 아벨을 질투 때문에 살해한 인류 최초의 살인자다. 창세기 4장에 기록된 카인과 아벨의 제사를 놓고 많은 신학자들이 서로 다른 해석들을 하고 있지만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하나님이 왜 카인의 제사를 받지 않으셨는지 이유를 찾으려는 것보다 카인의 마음가운데 어떻게 그런 불같은 미움과 질투, 그리고 폭력이 자리잡게 되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하나님이 아벨의 제사만 받으셨다는 것이 카인을 미워했거나 내친것은 아니고 또한 한쪽을 선택했다고해도 다른 쪽을 버린것이 아닌것임에도 불구하고 카인은 윈죄로인해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고 대신 질투하는 죄의 본성으로 끌려갔다

또 다른 본질적인 질문은 카인과 아벨이 한 형제로 가까운 곳에 서로 살고 있었다면 왜 마음을 합해 함께 하나님께 아름다운 제사를 드리지 못했는지 그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다. 동족상잔의 비극은 하나가 되지 못하는 인간의 편협된 이기적인 마음가운데서 그 윈인을 찾을 수 있다.
소나기의 작가 황순원 뿐만아니라 미국 존 스타인벡도 카인과 아벨의 이야기를 소재로 에덴의 동쪽을 완성해 인간 죄성의 뿌리는 카인의 핏줄가운데 있는것으로 묘사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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