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 같은 외모로 뭇 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시(詩)의 천재이자 귀족출신 시인 바이런은 영국 낭만주의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꼽힌다. 공교롭게도 19세기 초반 영국의 낭만주의를
이끈 3대 시인의 공통점은 20대, 30대의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는 점이다. 바이런은 36세,
셸리는 29세, 키츠는 26세의 혈기 넘치는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820년대 초반의 일이다. 젊은 나이에 요절해 아쉬운 점도 있지만 한편으로 저들은 요절했기 때문에 어쩌면 영원토록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람들의 기억속에
남아있기도하다. 바이런의 시는 자유로운 정신 그리고 당시 유럽사회의 부조리와 위선에 대한 풍자적인 공격을
마음껏 펼치는 한편, 영혼의 방황과 사랑의 달콤함과 쓰라림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는 바벨론 강가에 앉아서 울었도다
/ 우리 원수들이 살육의 고함을 지르며 / 예루살렘의 지성소를 약탈하던 그 날을
생각하였도다 / 오 예루살렘의 슬픈 딸들이여! / 모두가 흩어져서 울면서
살았구나 / 우리가 자유롭게 흐르는 강물을 바라볼 때에 / 그들은 노래를
강요하였지만 / 우리 승리하는 노래는 아니었도다 / 우리의 오른 손,
영원히 말라버릴지어다! / 원수를 위하여 우리의 고귀한 하프를 연주하기 전에…”
바이런이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뜨니 유명해졌더라"는 문명(文名)을 날리게 만들어준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는 1812년 프랑스 대혁명이 절정에 이르렀던 시기에
완성되었다. 바이런 시선은 <차일드 해럴드의 순례>와 <돈 주앙> 등 그의 대표작에서 뽑은
50편이 시가 담겼다. 바이런 시선에는 바이런 특유의 풍부한 감성이 넘치는 연애시도
많지만, 그리스의 자연과 역사 문화에 대한 회억과 찬탄이 담긴 시도 여럿 있다. <돈 주앙>에 나오는 ‘그리스의 섬들’이라는 시가 대표적이다. 이 시에는 그리스 문명에 대한 바이런의 애탄이 그대로 드러난다.바이런이 페르시아를 물리치고 자유를 지켜낸 마라톤 평원과 살라미스 바다에서 그리스의 과거의 영광을 찬미하는 것도 투르크에 압제 당하고
있던 그리스의 ‘노예적 삶’의 현실에 대한 비탄과 분노 때문이었다.
“그리스의 섬들, 그리스의 섬들이여! /
불타듯 열렬한 사포가 사랑하고 노래했던 곳 /
전쟁과 평화의 기예가 성장했던 곳 /델로스가 솟아오르고 아폴론이 태어났던 곳!
/ 영원한 여름이 그들을 아직 금빛으로 도금하고 있으나, / 태양을 빼고는,
모두가 저물어 버렸네”
바이런은 단순히 그리스 문화에
탐닉하는 정도를 넘어 19세기 초 투르크의 지배로부터
벗어나려는 그리스 무장독립운동에 직접 참전했다가, 열병에 걸려 객사했다. 그리스에 대한 지독한 사랑을 안고 생을 마감할 정도로 격정적인 삶을 살았다. 그가 타국인 그리스의
국가적 영웅으로 기림을 받게 된 것은 바로 자유와 정의를 추구한 그의 정신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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