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30일 월요일

99 니콜라이 카람진 <가엾은 리자>


러시아 문학이 세계무대에 오르기 시작한 시발점은 18세기말 카람진에게서 찾을 수 있다. 카람진의 작품은 한국독자들에게는 최근까지도 그리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투르기네프, 푸쉬킨,톨스토이 이전에 러시아 감상주의(센티멘탈리즘)문학의 시조라고 할수있다.

카람진의 대표작 가엾은 리자는 러시아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다. 내용이나 구성면에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 출판된 시기도 거의 비슷하고,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 출판된 후 많은 젊은이들이 베르테르 처럼 자살하는 소동들이 벌어졌던 것처럼 러시아에서도 가엾은 리자를 읽은 많은 젊은이들이 강이나 호수에 빠져 자살하는 일들이 있었다. 지금도 이 소설의 무대가 된 모스크바 근교 시노모프 수도원 연못은 리자의 연못이라고 이름이 붙여져있고, 젊은 연인들이 찾는 명소이기도하다. 소설은 내용은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불행하게 끝난 젊은 연인들의 통속적인 사랑이야기다.

리자는 17살 농부의 딸로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순수한 시골아가씨다. 부친이 죽은 후 쇠약해진 어머니를 지극히 부양하는 효녀이기도하다. 에라스트는 부유한 귀족청년으로 마음씨는 착하지만 우유부단하고 의지가 약한 그래서 어찌보면 좀 경박한 부잣집 아들이다. 리자는 봄에는 꽃을 여름엔 과일열매들을 따서 내다 파는 일을 한다. 그런데 어느날 꽃을 사러온 에라스트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에라스트 또한 리자에게 반해 그녀에게 모든 물건을 자기에게만 팔라고 부탁한다. 이렇게 서로 사랑에 빠진 둘은 매일 밤 떡갈나무 밑에서 만나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신분의 차이로 사랑이 이루질 수 없음을 슬퍼하는 리자에게 에라스트는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며 처음으로 밤을 함께 보낸다. 그러나 막상 육체적 관계를 맺은 후 에라스트는 점차 리자에 대한 마음이 식기 시작했고, 전쟁을 핑게삼아 리자의 곁을 떠난다. 몇달이 지난후 리자는 모스크바 시내에서 마차에서 내리는 에라스트와 우연히 마주치게된다. 에라스트는 전쟁터에 나간다고 하고는 대부분 시간을 도박을 하면서 보내 많은 돈을 잃고 궁여지책으로 돈많은 중년의 과부를 만나 정략적으로 결혼을 하기로 한 상황이었다. 이 장면에서 에라스트가 리자에게 하는 말은 통속 드라마의 한장면이다.
리자, 상황이 달라졌어, 사정이 생겼거든..나는 이제 약혼한 몸이야. 너를 위해서 나를 잊어줘. 네가 잘되기를 바랄뿐이야. 여기 1백루블이 있어. 이걸 가지고 어머니 보살피는데 도움이 되었으면해…”리자는 집으로 오는 길에 시노모프 수도원으로 발걸음을 돌려 연못에 몸을 던지는 비극으로 사랑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사랑이란 이름의 운명앞에 인간은 너무도 나약하고, 사랑이란 결코 논리적으로 이해할수 없는 것이라고 토를 달면 이또한 너무 통속적인가가엾은 리자(원제목:비에드나야 리자)는 최근 뮤지컬로 각색돼 여러나라에서 공연되었다. 러시아의 대표적인 연출자 마르크 로조프스키가 각색한 뮤지컬은 유럽순회공연을 통해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특별히 피아노와 기타, 바이올린으로 이어지는 러시아풍의 어쿠스틱 선율이 아주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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