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6일 일요일

54 알퐁스 도테 <별>



알퐁스 도테 <풍차방앗간 편지>

밤하늘의 별은 영혼을 정화시키는 힘이있다. 한 여름밤 별들로 가득찬 밤하늘을 바라보며 까만 밤을 하얗게 새워본 경험이 있는가! 폭포수 쏫아지듯 찬란한 별빛으로 샤워를 하고 나면 악몽처럼 마음을 쥐어잡고 있던 미움도 욕정도 이생의 번뇌도 한 순간에 떠나 버리는 신비한 치유를 경험한다.힐링이라는 단어가 창녀같이 저질스럽게 남용되고 있는 요즘, 어쩌면 진정한 힐링은 밤하늘의 별가운데 굼벵이처럼 꼭꼭 숨어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알퐁스 도테의 풍차방앗간 편지 24편의 짧은 글들을 모아논 단편 소설집이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면 누구나 기억하고 있을 이라는 글도 이 단편집에 포함된 이야기 중 하나다. 알퐁스 도테의 별은 황순원의 소나기와 함께 사춘기를 지나던 나에게 정서적으로 큰 영향을 주었던 글이다. 그 소설가운데 고스란히 드러난 가슴 짜릿한 서정성은 30여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내 마음에 문신으로 남아있어 지금도 그 글을 다시 읽으니 별똥이 가슴 속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아스라한 감동이 느껴진다.

수 많은 별들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별 하나가 길을 읽고 내려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잠들어있다별무리 가운데 환상처럼 사라지는 별똥별을 보면서 저것은 바로 천국으로 들어가는 영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도테는 밤이 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의 침묵과 고독의 세계 속에서 오히려 더 선명하게 영혼의 눈을 떠왔던 어느 목동의 고백을 통해 이 세상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언어를 그려냈다. 24편의 이야기들 가운데 절반 이상의 이야기는 라벤더 향기와 소나무 숲, 매미 울음소리, 그리고 심하게 불어닥치는 바람등과 같은 남부 프랑스의 자연을 배경으로 전개되고 있는데, 그런 뜻에서 풍차방앗간 편지의 주인공은 도테가 어린 시절을 보낸 프랑스 프로방스의 대자연,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대도시 파리의 차갑게 계산된 인간관계속에서는 찾을 수 없는 순수한 인간성과 자연의 만남을 프로방스의 대지 속에서 찾으려고 발보둥 쳤다.
도테의 글을 오랜만에 다시 읽으며 내 마음이 요즘 왜 이렇게 분주해졌나 돌이켜 보게된다. 마음가운데 미움과 선하지 못한 생각들이 왜 이리 들끓고 있는지얄량한 조직 사회속에서 형성되는 어숩지 않은 인간 관계조차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측은한 마음에 진저리가 처진다.  

별 하나에 추억과 / 별 하나에 사랑과 / 별 하나에 쓸쓸함과 / 별 하나에 동경과 / 별 하나에 시와 /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위에 / 내 이름자를 써 보고 /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윤동주의 별 헤는 밤

타락한 인간들, 추악한 모습속에서도 모든 사람들이 잠든 한 밤중에는 별과 함께 신비의 세계가 예외없이 문을 연다. 그렇다! 이 세상은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져서 알수 있는 것이 결코 전부가 아니다. 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랑할 때 영혼은 정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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