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엡스키와 톨스토이는 19세기 거의 같은 시대에 태어나 러시아 문학을 세계무대의 중심에 올려놓은 대표적인 작가다. 하지만
두 사람의 출생신분과 삶의 모습은 크게 달랐다. 귀족가문에서 태어나서 상당한 재산을 상속받아 평생을 돈 걱정하지
않으며 고상하게 그리고 존경가운데 살았던 톨스토이와 달리 도스토엡스키의 삶은 그 자체가 인생 막장 드라마였다. 도박중독, 가난, 질병 그리고 사형수에서 극적으로 감형돼
시베리아 노동소에서 7년동안 노동을 했고 작가로 알려지게 된 후에는 빛을 갚기 위해서 그날 그날 글을 써야했던
고단한 운명이었다.
그래서 두 작가 모두 기독교 신앙을 정수로 한 인간 구원의 문제들을 대표적인 소설 주재로
다루고 있지만 도스토엡스키는 ‘죄와벌’’악령’ 그리고 ‘백치’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드라마틱한 상황에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 가운데 오만한 인간이 벌을 받고 구원을 갈구하는 삶을 조명하고 있다.
소설 백치(白痴,
Idiot)는 세상사람들의 눈에 바보같이 보이는 주인공 뮈쉬낀의 순수한 마음을 통해 계산 빠르고 똑똑한 사람들의 삶과
사랑의 부조리함을 지적하고있다. 뮈쉬낀은 귀족가문의 자손이지만 정신적으로 좀 부족해 주위로 부터 백치,
바보라고 놀림을 받을 정도로 어리숙한 사람이다. 반면 혈기와 욕정으로 가득한 로고진은
뻬제부르그에서 아름다운 여인 나스챠를 유혹해 정부로 농락하고 있다. 나스챠는 어린 나이부터 시련을 겪고 색욕가들에게
찟기고 능욕을 당하는 삶을 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바보같지만 한없이 착하고 순수한 뮈쉬낀을 알게되면서
호감을 갖게된다. 그러나 자신같이 더렵혀진 여자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오히려 친구 아글라야를 뮈쉬낀에게
소개한다.
이렇게 4사람의 4각관계가
복잡하게 진행되면서 한편으로 나스챠에 대한 동정심으로 가득찬 뮈쉬낀이 나스챠에게 청혼을 하고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정하지만 자책감에 사로잡힌 나스챠가
결혼식장에서 본심과는 상관없이 나쁜 남자 로고진과 도망하게된다. 하지만 그녀의 본심을 알게된 로고진은 나스챠의
가식적인 선택에 배신감을 느끼고 잔인하게 살해한다. 그 살해 현장의 자리에 바보같이 나타난 뮈쉬낀은 나스챠의
시체를 옆에 두고 로고진과 나스챠에 대한 이야기를 차분히 나누며 새벽을 맞이한다…
때로는 바보같이 멍청한 삶이 똑똑하고 계산 빠른 삶보다 더
많은 교훈과 깊은 감동을 던져준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현대판 ‘백치’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는 뮈쉬낀의 현대적인 모습이고 그의 영원한 연인
제니는 소설가운데 나스챠의 캐랙터와 일치한다. 포레스트 검프 영화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은 이유는 톰 행스가
열연한 주인공 포레스트의 멍청하지만 순수한 모습, 그리고 자신이 알고있는 것에 외골수로 매달리는 집착, ‘문제가 있을 때는 무조건 열심히 달리라’는 제니의 말을 기억하고 3년동안 달리기로 대륙횡단을 하는 그런 단순함에 사람들은 가슴 뭉클해지는
숭고한 감동을 받게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손해보지 않으려고 발보둥치는 치열한 삶을 살다가 피곤해 질 때
사람들은 뮈쉬낀, 또는 포레스트 검프의 삶과 같이 백치와 같은 삶에 오히려 깊은 동경을 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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