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6일 일요일

81 괴테 <파우스트>


아름다운 것을 보면 슬퍼진다. 아무리 아름다워도 언젠가는 안개처럼 사라지기 때문이다. 영원한 것만이 가치있고 아름답다. 그런데 영혼만이 영원하다. 자신의 영혼을 담보로 잡히고 영원하지 못한 것들에 대한 끊임없는 욕망을 채우기 원했던 파우스트 교수는 어찌면 순간적인 아름다움에 사로잡혀 영원한 것을 잃어 버리는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현주소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질풍노도시대(독일의 낭만주의 문학운동)로부터 출발하여 고전주의를 거처 만년의 완성기에 이르는 괴테의 전 생애 즉, 그의 모든 인생체험과 사상을 바탕으로 인간 존재의 방황, 갈등, 구원의 문제를 다룬 대작이다. 인간은 자기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더 많은 것을 체험하고 더 많은 쾌락을 누려보기 위해 발보둥치지만 결국 영혼을 잃어버리면 다 끝난다. 괴테는 파우스트를 통해 끝까지 노력하는 자는 하늘의 자비에 의해 구원될 수 있다는 인본주의적 구원관을 작품가운데 반영하고 있다.

파우스트 1부는 우주와 인간존재 규명의 학문적 노력에 회의를 느끼고 땅 위의 쾌락에 빠지고 싶어하는 파우스트에게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나타나 영혼을 담보로 세상의 모든 쾌락과 지식을 주기로 약속한다. 조건은 파우스트가 향락에 빠져서 더 이상 노력을 멈추고 만족해 순간아 멈추어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말하면 그 때 악마가 파우스트의 영혼을 잡아 갈 수 있다는 것이었다

악마의 도움으로 젊음을 회복한 파우스트는 순진한 처녀 그레첸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진실한 사랑을 혐오하는 악마의 농간으로 파우스트는 그레첸과 육체관계를 맺고 그레첸은 임신하게 되어 사생아를 살해한 죄로 감옥에 갇힌다. 2부에서 파우스트는 악마와 신성로마제국의 궁전으로 들어간다. 이곳에서 미의 여신 헬레네을 사랑하게 된 파우스트는 그녀와 결혼하여 오이포리온이라는 아들을 낳는다.하지만 미적 탐닉으로 이루지 못한 만족을 이제는 인류사회의 공익을 위한 자신의 헌신적 노력으로 얻으려한다. 황제로부터 광대한 습지를 받아 개간하여 만인을 위한 옥토로 만들어 보려는 의욕에 불탄다. 이제 곧 완성될 새 땅에 오곡이 무르익고 만백성이 살아갈 모습을 상상하며 행복한 만족감에 파우스트는 이렇게 노래한다.

자유도 생명도 싸워서 차지하는 자만이 / 그것을 누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 나는 그러한 인간의 집단을 바라보며 / 자유로운 땅에서 자유로운 백성과 함께 살고 싶은 것이다 / 그렇게 되면 나는 순간을 향하여 / 이렇게 부르짖어도 좋을 것이다 / 멈춰라 순간이여, 너는 진정 아름답구나! 라고…”

그 순간 악마는 당연히 이제 파우스트의 영혼을 잡아가려는데, 하늘에서 천사들이 내려와 항상 노력하는 자는 우리가 구원할 수 있다며 파우스트의 영혼을 악마로부터 보호하고 그의 시체위에 꽃송이를 뿌린다.      

괴테가 표현한 구원관은 전통적인 기독교 구원론과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파우스트는 문학작품이지 신학서적이 아니기 때문에 그의 영혼 구원론을 가지고 왈가불가할 필요는 없다. 단지 괴테는 인본주의적 구원의 방법 즉,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하는 존재이며, 참된 인간은 잠시 어두운 충동에 동요할 지라도 옳은 길을 망각하지 않는 법이다라는 구도자적 자세의 중요성을 후세에 깊이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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