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6일 일요일

61 기 드 모파상 <여자의 일생>


중국 유향의 열녀전에는 하늘의 절반은 여자가 이고 있다라는 속담이 있다. 여권신장이 많이 된 오늘날이나 여자는 인구조사에 끼지도 못했던 시절에나 변함없는 진리는 인류의 절반은 어찌되었던 여자라는 사실이다

여자는 모든 것의 시작이며 종결이다. 그래서 여자는 곧 어머니이고 누이며 할머니고 고모 이모이며 딸이고 연인이며 아내다. 어머니의 영향을 받지 않은 아들 딸이 없으며 아내의 내조없이 성공한 위인은 찾아보기 힘들다. 유혹을 이기지 못한 한 여인으로 인해 온 인류는 원죄의 피를 물려받게 되었지만 한편으로 그 여인이 존재했었기에 온 인류가 잉태되었다. 세익스피어는 햄릿에서 약한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라고 외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인생의 알파요 오메가다.
모파상의 대표작 여자의 일생은 평범한 한 여인의 인생이 한없는 비극으로 기구하게 치닫는 과정을 객관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모파상의 염세주의적이고 자연주의적 문학성향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 노르망디 귀족의 외동딸 잔느는 평범하고 꿈많은 소녀로 수녀원에서 교육을 받고 자란 정숙한 여인이다. 그런데 어느날 외모가 잘생긴 줄리앙과 풋내기 사랑에 빠지며 모든 불행이 시작된다. 사랑했기에 결혼했다고 철떡같이 믿었는데 줄리앙은 결혼 얼마 후부터 사악한 본색을 드러내며 잔느를 학대하고 바람을 피우기 시작한다. 하인을 임신시키는가하면 이웃의 백작부인과 간통을 하다가 결국 얼마후에는 백작의 손에 살해당한다. 그 후 잔느는 아들 폴에게 모든 소망을 걸고 매달리지만 아비의 불량한 피를 이어 받아서 인지 머리에 피도 마르기전에 가출해서 재산을 거덜내고 동거하던 소녀를 임신시킨다. 마음과 육신의 병으로 고통가운데 잔느는 따지고 보면 인생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처럼 그 다지 행복한 것도, 불행한 것도 아닌 것 같네요…”라는 말을 푸념처럼 내뱃는다. 모파상은 이 소설을 통해 잘못된 결혼으로 망가지는 순진한 여인의 삶을 어찌보면 가학적이다 싶을 정도로 매정하게 몰아가고 있다.  
모파상은 19세기말 프랑스의 대표적인 소설가 에밀 졸라, 발자그와 함께 대표적인 자연주의 문학 작가로 꼽힌다. 그런데 자연주의 문학의 특성은 인간의 삶을 자연현상의 일부로 묘사하는 것이다. 인간도 생태계에 속해있는 생명체일뿐 작가는 자연 과학자와 같은 눈으로 모든 것을 관찰한다. 이것은 마치 사자의 먹잇감으로 죽어가는 사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의 카메라와 같은 태도인 것이다. 여자의 일생을 쓸 당시 모파상은 이러한 자연주의 작가의 입장에서 잔느의 기구한 운명을 써나갔다
여자의 일생은 팔자소관인가? 남편 잘 만나서 호강하고 자식들이 문제없이 성장해 주면 과연 팔자 좋은 여자라고 안위할 수 있는 건가? 사람들은 자신의 힘과 능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상황에 빠지게 될 때 흔히 팔자소관이라는 말들을 즐겨한다. 물론 썩 좋은 말은 아니지만 살다보면 소위말하는 팔자타령을 하게되는 경우들이 많이 있는데중요한 것은 팔자를 탓하고 주저앉던지 어떻게서든지 팔자를 고쳐보겠다고 이를 앙물고 도전하는 것은 늘 자신의 결정과 의지에 달려있는 점이다. 인생이라는 게임의 진정한 승자와 패자는 호흡이 끊어지는 순간이 돼서야 비로소 판가름 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