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트 까뮈 <이방인>
실존주의에서 말하는 부조리(不條理)란 “인간으로 삶의 의미를 찾을 희망이 없는 절망적인 상황”을 의미한다. 실존주의 철학의 대부인 사르트르는 “인생은
근원적으로 무의미하고 불합리한 그 자체이며 우리들 앞에는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뿐 내일이 없음을 아는 것”이라고 부조리에 대해 부연 설명하고 있다. 20세기 초반 1, 2차 세계대전 이후 니힐리즘이 팽배한 분위기 가운데 부조리로 설명되는 무신론적 실존주의는 전 유럽을 사로잡았다.
알베르트 까뮈의 이방인은 실존주의 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다람쥐 체바퀴도는 듯한 무의미한 일상생활가운데 소설의 주인공 뫼르소는 직장, 결혼,
가족등 인생에 대해서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태도로 일관한다. 그래서 이 소설은 “어머니가 죽었다.
오늘 아니면 어제였는지도 모른다…그런데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마 어제였을 것이다”라는 무관심한 독백으로 시작된다. 장례식에서 그는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은 체 담배를 피우고 커피를 마시더니 곧 잠들어 버린다. 어머니의 나이를 묻는데 그는 나이를 정확히 모른다. 장례식을 마친후 해수욕을 하러 나갔다 해변에서
마리라는 처녀를 만나 저녁에 코메디 영화를 본 뒤 함께 밤을 보낸다. 얼마 후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아랍인을 총으로 쏴 죽인 뒤 살인범으로 체포된다. 재판과정에서 뫼르소는 모든 것이 우연한 일이었고,
살인의 동기는 강열한 햇빛반사 때문이었다고 담담하게(남의 일처럼 무관심하게)
증언한다. 재판정에 있던 사람들은 뫼르소와 같은 냉혈 인간은 사회의 적(敵)이며 괴물이고 사회질서유지 차원에서 반드시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형날짜가 가까워지면서 면회 온 신부가 뫼르소에게 하나님의 자비에 의지하도록 권유하자 그는 자기가 삶아 온 삶에 대해
조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절규하며 오히려 신에 대한 분노를 폭발한다.
까뮈가 소설속에 그려낸 뫼르소라는 인간상은 소외되고 상처받은
현대인의 모습이다. 부조리라는 단어로 그럴듯하게 포장돼있지만 그의 내부는 고독과 좌절, 분노와 삶에 대한 무의미, 무관심으로 가득차있다. “삶에
대한 절망이 없이는 삶에 대한 사랑도 없다”
실존주의 철학은 종교에 의한 내세의 구원을 거부하고 개인적인
종말,
죽음과 허무를 직시하는 과정이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야스퍼스는 이것을
인간이 타고 난 ‘한계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까뮈는 소설 이방인가운데 뫼르소의 무관심을 통해 거꾸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켜 195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나 3년후
자동차 사고로 비명횡사했다. 그가 표현한 ‘부조리’를 가장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말도 않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으며 뫼르소의 삶과 같이 ‘줄거리가 없는 삶’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래서 실존주의 또는 부조리의 철학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하나님
없이 사는 삶’은 참으로 고달푼 삶 일수 밖에 없다. 의미있는 삶을
살기위해 실존에 대한 인식은 중요하지만 그 인식이 ‘유신론적’실존주의에
입각할 때, 비로소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끊임없이 언덕으로 올려야만 하는 시지포스의 형벌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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