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질서는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질서는 다른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기존질서가 기득권으로 연결될 때 조직은 더 이상
진보적인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20세기 중반이후 전후 세대는 기존질서가 가파르게 무너지는 것을 경험한 세대였다.
두 번의 세계대전은 인류가 노력하면 파라다이스를 지구상에 건설할 수도 있을 거라는 낙관론을 산산히 부서뜨렸고 그 틈새를
비집고 나온 대표적인 사상이 부조리를 강조한 실존주의 철학이였다.
카뮈의 이방인속 주인공 뫼르소와 같이 현실의
모든 상황을 부조리한 것으로 인식하던 젊은이들은 외부로 부터의 속박을 거부했고 전통의 옷도 과감하게 벗어던졌다. 록 음악과 청바지, 덥수록하게 기른 머리를 한 히피족들은 그렇게 나름대로의 자유를 갈망했던
것이다.
이 무럽 발표된 소설이 리차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이었다. 이 책은 출판과 동시에 미국내에서만 7백만권이 팔렸고, 갈매기 2만마리를 동원해서 영화로도 제작되었으며, 팝
싱어 닐 다이어몬드에 의해 “Be”라는 곡으로 만들어졌다. 리차드 바크는
갈매기의 날갯짓에 얽힌 우화 소설을 통해 인간은 누구나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진정한 자유와 존재의 의미를 찾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갈매기 조나단 리빙스턴 시걸은 나는 것을 사랑했다. 갈매기가 먹이이외의 것에 대해서 관심을 두는 일은 잘못된 것이다. 그런데 그는 다른 갈매기들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대부분의 갈매기들은 단순한 비상(飛翔)
이상의 것에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해변을 떠나 먹이를 비축하고 되돌아오는 것
이상의 기술은 배우려고 하지 않았다. 모든 갈매기들에게 당면 문제는 ‘나는 것이 아니라 먹이를 구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조나단은
그렇지 않았다. 먹이보다 나는 걸 훨씬 중요하게 생각해 부모마저 걱정할 지경이었다. 아버지는 조나단에게 “활공(滑空)으로 먹고 살 수는 없다”고
충고했다.
날개가 찢어지는 듯한 노력 끝에
조나단은 어떤 갈매기도 이루지 못한 수직 급강하와 초고속 비상에 성공한다.
문제는 남이 하지못한 일을 시작한 파이오니어는 언제나 그 사회의 이단자로 찍히게 된다는 것이다. 갈매기 사회는 조나단의 ‘갈매기답지 않은 비행’을 추궁하는 청문회를 열어 무책임하고 무분별하게
갈매기족의 존엄과 전통, 기존질서를 거역한 죄를 물어 추방을 명령한다. 고독과 슬픔을 삭이며 갈매기 조나단은 더욱 깊은 비행의 경지에 오른다.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말과 함께 그는 “자유란 원하는 대로
빨리 나는 것, 그곳이 어디던지 날아갈 수 있는 것”임을 깨닫는다.
그 후 조나단은 생각하는 대로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영적 능력까지 갖추게 되면서 천국까지 비행을 하고자 했을 때 천국은 장소가 아니라 존재에 관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징은 틀에 박은 것처럼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의 본성가운데는 무리에 속하기 원하고, 다수를 쫒아 안정성을 추구하려는 대중심리가 다분히 자리잡고 있지만 보다 의미있는 삶을 살기 원하면 남들과 좀 다르게 살고 생각하는
껍질 깨기의 노력이 있어야한다. 갈매기 조나단은 남들이 먹이에만 집중하고 있을 때 비행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결코 먹이가 없어서 굶어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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