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믿는 것을 위해 목숨까지도 바칠 수 있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인류의 역사는 이제까지 자신이 믿는 일에 확신을 가지고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행동가들, 혁명가들에 의해 진보돼왔다. 때로는 잘못된 신념 때문에 결과적으로 무의미하게 죽은 경우들도
종종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이 사줄만한 것은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죽기까지 굽히지 않고 소신있는 행동으로 이어갔다는 부분이다.
기독교가 인류의 역사가운데 마음의 종교로 지난 2천년동안 자리잡은 것도 따지고 보면
예수의 12 제자가 “예수는 온 인류의 메시아”라는 예수복음을 믿고 뿌린 순교의 피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도 절대진리에서 양보하지 않는 대신
독배를 마셨고, 코페르니쿠스도 목에 칼이 들어올지 뻔히 알면서도 지구가 더 이상 우주의 중심이 아니고 태양이
중심이라는 지동설을 주장했다. 참 된 진리는 목숨과도 바꿀 수 있는 분명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앙드레 말로는 소설‘인간의
조건’에서 1927년 중국 상해혁명을 시대적 배경으로 정치적 이념 때문에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감한 행동가들의 행적을 영웅주의적 관점으로 기술해 내고있다. 상해혁명은 장제스(장개석)에 의해 이뤄진 공산당 숙청작업이었는데, 말로는
이 소설을 통해 장제스를 암살하려는 테러리스트 친(陳), 러시아인 카토프,
베이징 대학의 교수 프랑스인 지조르, 그의 아들로 일본인 어머니와 사이에서 태어난
기요, 그리고 기요의 아내인 메이등 다양한 국제적 인물들의 중국내 정치적 활동과 저들의 신념을 통해서 벌어지는
혁명 배후의 극적인 상황을 묘사했다. 또한 상해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마주하고 각각 주인공들마다 드러나는
죽음에 대한 고뇌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고찰을 각기 다른 방법으로 드러내고있다.
주인공들은 하나 같이 열성파
행동대원들이고 모두 자신이 믿는 정치적 신념때문에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폭탄 테러를 계획하던 중 죽게된
친, 반대파에 체포돼 화형을 당하는 카토프, 청산가리 독약을 마시고
자살하는 기요… 그렇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혁명에 가장 효과적인 무기는 무관심이라고 주장하는 지조르 교수,
하지만 그도 결국 고뇌와 고통의 도피수단으로 아편중독에 빠져든다. 이런면에서 말로가
말하는 인간의 조건이란 바로 실존주의에 입각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고뇌라고 할 수 있다.
말로는 프랑스 국적의 서양 작가로서는 가장 동양적인 작가로
꼽힌다.
동양학을 전공했고, 동양문화권의 미술작품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말로는
20대초반때부터 캄보디아, 베트남 그리고 중국 내륙등지를 여행했다.
그러면서 자연히 중국 정치인들과도 관계를 맺게되었고 직접 간접적으로 중국 혁명에 영향력을 미쳤다. 유럽에 나치가 나타난 뒤에는 소비에트 작가동맹에 참여하는등 반파시즘 운동에 동참했는데, 그
시기에 쓴 “모멸의 시대”는 친 공산주의 입장에서 쓰인 작품이다.
그러나 2차대전후 그는 공산당과는 결별하고 레지스탕스에 가입했으며,
얼마후 프랑스 동부전선의 지휘관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행동주의 문학의 기수로 꼽히는
말로는 전후 드골 대통령에게 발탁돼 문화부 장관으로 정치가의 길을 걷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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