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6일 일요일

68 마가렛 미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사라진다. 바람과 같이 사라진다. 바람은 눈으로 볼 수도 손으로 잡을 수도 없지만 바람이 지나간 곳은 남은 흔적을 보고 알 수 있다. 인생도 그렇다. 결국 남은 것은 추억과 묘비명에 새겨질 이름밖에는 없다. 성경에서는 성령이 하는 일이 바람과 같다고 말한다. 눈으로 볼 수는 없으나 성령의 터치가 있었던 곳에서는 변화가 있고, 성령의 바람이 불면 사람들의 마음 가운데는 회심(回心)이라는 흔적이 남는다.

마가렛 미첼의 장편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제목은 19세기 낭만파 영국 시인 어니스트 다우슨의 키나라라는 시에서 인용해 온 것이다. 이 작품은 1860년도 남북전쟁과 전후의 사회를 배경으로 미국 남부 귀족의 몰락 그리고 그 내부의 사랑과 미움, 그리고 부유와 가난등 그 모든 것이 바람과 같이 사라지는 인생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스칼렛 오하라는 미인은 아니지만 청년들이 그녀의 매력에 사로잡히면 그런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다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이 소설의 주인공 스칼렛은 조지아 주의 애틀랜타에 있는 타라라고 불리는 큰 농장에서 태어나 자랐다. 아버지는 아일랜드인이고 ,어머니는 프랑스계 귀족출신이었다. 스칼렛은 애슐리를 사랑해 그가 청혼할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데 애슐리는 그녀의 사촌인 멜라니를 결혼상대로 택한다. 화가 난 스칼렛은 멜라니의 오빠 찰스와 결혼하지만 얼마뒤 전쟁에서 전사하고 스켈렛은 아들을 낳는다. 엇갈린 사랑으로 억센 삶을 스스로 선택한 거센 의지의 여인 스칼렛은 이후 돈을 위해 목재상과 재혼을 했는데 그도 얼마후 죽고, 레트 버틀러와 세번째 결혼을 한다. 레트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지만 항상 그녀를 대할 때마다 자신은 애슐리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언젠가는 그녀를 떠날 생각을 하고있다

1천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이 소설은 결혼을 3번 거듭하며 강인한 의지를 가지고 남북전쟁 전후 시대를 살아간 스칼렛 오하라라는 여인의 파란만장한 사랑 이야기를 드라마틱하게 그리고 있다. 미국이 대공항기를 건너가고 있던 1936년에 발표돼 당시 경제적으로 우울했던 미국 사회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졸지에 1백만부 이상의 책이 팔려나갔고, 30여개국에서 번역출간 되었다. 또한 1939년도에는 비비언 리와 클라크 케이블이 주연한 영화로 각색되었다. 사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소설보다는 영화로 더 잘 알려진 작품이다. 당시 허리 사이즈가 18인치밖에 안되는 파란 눈의 비비안 리가 콧수염을 멋있게 한 클락크 캐이블의 팔에 안겨 끝없이 펼쳐저 있는 목화밭을 배경으로 농장, 그리고 북부군에 공격으로 모든 것이 불에 타 바람과 함께 사라져버리는 현장을 뒤돌아보는 그 장면은 마치 한장의 그림처럼 오랫동안 기억속에 세겨져 있다.

마가렛 미첼은 이 소설로 1937년도에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백인들 사이에서는 이 소설이 출판과 동시에 공전의 히트를 쳤지만 흑인들은 이 소설가운데 묘사되고있는 인종문제와 노예제도에 대한 묘사, 그리고 남북전쟁에 대한 작가의 견해 때문에 그렇게 달갑게 여기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이 소설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소설은 그냥 소설로 읽으면 되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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