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6일 일요일

84 라이너 마리아 릴케 <말테의 수기>


서정성의 극치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삶은 러시아 여인 루 살로메와의 만남으로 인해서 모든 것이 결정됐다. 살로메는 릴케의 시적 영감이었으며 사는 목적이었고 사랑의 화신이었다. 그가 살로메에게 바친 시가운데 구구절절한 사랑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내 눈빛을 꺼주시오 그래도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 내 귀를 막아주시오 그래도 당신의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 발 없이도 갈 수 있고 입 없이도 약속할 수 있습니다 / 내 심장을 멈춰주십시오 그러나 뇌가 요동칠 것입니다 / 가슴에 불을 던지신다면 내 피가 당신을 실어 나를 것입니다

살로메와 함께 러시아 여행을 다녀오면서 릴케는 톨스토이와도 교제를 하게 되었고 그의 영향으로 후기에는 기독교적 사상에 입각한 그렇지만 범신론적인 시와 수필들을 완성하게된다. ‘말테의 수기는 릴케의 후기 작품중 하나로 덴마크 귀족 출신의 젊은 시인 말테의 입을 빌려 파리에서 도시인의 삶과 죽음, 불안에 떠는 유한자의 생활을 수기 형태로 쓴 글이다. 통일된 줄거리 없이 여러가지 주제들 즉, 파리에서의 생활, 죽음, 시인과 고독, 사랑, , 그리고 탕아의 전설등 54개 단락으로 이뤄진 단편수기 모음집이면서 전체적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진지한 관찰을 감수성이 철철넘치는 릴케만의 독특한 필체로 그려나가고 있다.

때로는 하늘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죽음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본다. 우리는 가장 소중한 것을 그보다도 먼저 처리해야 할 다른 일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밀쳐두엇기 때문에 우리가 바쁘게 몰두하고 있는 곳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린다. 이제 시간을 흘러가버렸고 그리하여 우리는 하찮은 일들에 익숙해져 버렸다. 우리는 우리의 귀중한 것을 더 이상 알지 못하게 되었다

말테라는 젊은 시인의 눈을 통해 본 릴케의 세상은 너무도 절박하고 안타까운 그렇지만 가슴 후비는 아름다운을 절절하게 간직하고 살아가는 그런 것이다. 파리라는 대도시의 번잡스러움속에 가려진 비참한 인간의 마음들, 병원 담벼락 뒤에 감추어진 고통, 비명들, 얼굴속에 감취진 눈물들 그리고 세월을 느끼게 하는 독특한 냄새, 향기그 모든 것들을 솔직하게 담아내는 릴케의 필치는 먹먹한 가슴을 쓸어내리며 가을이 깊어가고 있는 이 즈음에 다시 한번 삶의 의미를 고뇌하게한다.

릴케가 사랑했던 러시아 여인 루 살로메는 당대에 여러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독특한 여인으로 유명하다. 릴케를 만나기 전에 살로메는 철학자 니체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아 그가 청혼까지 했지만 퇴짜를 놓았고, 그후에는 정신분석 심리학자 프로이드도 그녀에게 매료되었다. 하지만 그녀를 만나 사랑했던 천재들은 하나같이 자살, 정신분열증, 릴케의 경우는 장미가시에 찔려 파상풍으로 종말을 맞았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치명적인 여인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팜무파탈(Female of Fatal) 살로메라는 별명이 주어졌다. 혹시 저 천재들이 살로메와 사랑을 나누는 대가로 파우스트처럼 자신들을 영혼을 담보로 잡혔던 것은 아니었을까? 그런데 성경가운데 등장하는 살로메는 헤롯왕앞에서 농염한 춤을 춘 댓가로 세례요한의 목을 자르게 했던 헤로디아의 딸로 알려져있어 이 또한 팜무파탈의 실체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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