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16일 일요일

55 로맹 롤랑 <장 크리스토프>


작가로 꿈을 꾸던 20대 청년이 어느날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을 읽고 감동을 받아 무정적 장문의 편지를 한 통을 톨스토이에게 보낸다. 물론 답장을 꼭 기대하고 보낸 편지는 아니었지만 참다운 작가가 되기 위한 조건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의 대답을 꼭 듣고 싶었다. 그런데 얼마후 노장 톨스토이는 이제 막 작가의 길에 들어서려는 신참내기 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주었다.
참된 작가의 조건은 온 인류를 가슴으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자신보다 한 세대를 앞서 살았던 톨스토이의 영향을 지대하게 받아 19세기말 유럽의 양심과 지성으로 불렸던 로맹 롤랑은 그의 작품과 삶을 통해 진정 온 인류를 가슴으로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아서 전 생애를 바쳤다.

로맹 롤랑은 전 10권으로 쓰여진 대하소설 장 크리스토프을 발표해 1915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거장의 삶을 동경했던 롤랑이 존경했던 또 한명의 인물은 악성 베토벤이었다. 롤랑은 베토벤에 대해서 그는 진정한 승리자이며 인간의 옹졸함을 정복한 삶의 완성자로 자신의 운명과 비애를 극복하고 인류에 대한 사랑을 음악으로 표현한 영웅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장 크리스토프는 바로 그 베토벤과 자신의 삶을 모델로 쓴 대하소설이다. 주인공인 크리스토프는 독일의 작은 시골마음에서 태어난 음악적 재능을 가진 인물이다. 가난한 술주정뱅이와 하녀 사이에서 태어나 음악적 재능은 있었지만 아버지의 방탕한 생활로 집안이 파산을 했고, 첫사랑마저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별로 끝을 맺는 시련을 경험한다. 이런 과정 가운데 주인공은 인생의 의미는 단지 행복해 지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인간이 되는데 있다는 나름대로의 진리를 깨닫는다. 신동 소리를 들으며 본격적인 음악가의 길에 들어선 크리스토프는 당시 독일 사회의 허위의식과 부조리에 분노하고 자유로운 정신을 찾아 프랑스로 이주한다. 프랑스에서 예술가로 명성을 얻게된 그는 그곳에서 우정과 사랑을 경험하지만 폭동에 휘말려 친구를 잃고 정당방위이기는 했지만 뜻하지 않은 살인을 하고 스위스로 도주하게 된다.  

소설 장 크리스토프는 시대와 인생의 풍랑을 이겨내고 예술적 업적을 이룬 한 인물, 즉 베토벤을 인생 모델로 그려내 소설의 전체적인 구성과 분위기는 흡사 하나의 거대한 교향곡, 특히 베토벤의 5번 교향곡 운명을 연상시킨다. 7년동안에 걸쳐 신문에 연재되었던 이 소설은 당시 프랑스는 물론 미국에서까지 큰 센세이션을 일어켰고, 결국 롤랑에게 노벨상을 안겨준 대작이되었다.

한편 롤랑 자신도 베토벤처럼 주어진 환경과 운명에 굴복하지 않는 의지의 인물이었다. 대학에서 음악 예술사를 강의하면서 글을 쓰던 그는 인문학적 이상주의를 대표했으며 1차 세계대전에 반대해 반전 평화주의를 외쳤다. 평화와 사랑에 기초를 둔 톨스토이즘을 전파했고 세계대전 이후에는 인도 간디의 비폭력주의를 지지하고 러시아의 막심 고르키와 교재하며 나치즘과 파시즘을 비난했다. 작가 초년생이었던 롤랑에게 오래전 톨스토이가 준 짧막한 조언 인류에 대한 진정한 사랑은 그의 인생과 작품을 관통한 초지일관의 작가정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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