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친구가 갑작스럽게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다. 이제 겨우 하늘의 뜻을 알게된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에
들어섰을 뿐인데 무엇이 그렇게 바쁜지 주위 사람들을 고스란히 남겨두고 총총히 더이상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으로 먼저 떠나버렸다. 무심한 친구같으니라고…
아침 이슬과 같이 잠시 있다 사라지는 것이 인생의 본질이라고는 하지만
가깝게 알던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은 사람의 생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성경 말씀을 실감케 한다.
아서 밀러의 대표작 세일즈맨의 죽음은 산업화 시대를 살아가고있는
보통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그린 비극이다. 월리 로먼은 30년이상 세일즈맨으로 살아오면서 이제는 나이가 어느덧 60대에 들어선 평범한 회사원으로 모아논 재산도 없고, 명성이나 지위도 없는 그저 그렇게 시끈둥한
삶을 살고 있는 보통 사람일 뿐이다. 한동안 두 아들에게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아들들을
통해 이루고 싶은 강렬한 소원이 있었지만 그런 기대도 아들들이 오히려 삐딱한 인생을 살면서 모든 것이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린다. 설상가상으로 월리는 36년동안 다니던 회사에서 세일즈 실적미달로 해고를 당하고 큰 아들은 도박에
빠져서 그나마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탕진해 버린다. 가장으로 가족들이 당하고 있는 어려움에 대한 책임을
통렬하게 느끼는 월리는 최후의 수단으로 생명 보험금이라도 가족들에게 남겨줘서 가족들이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겠다는 허망한 생각을 하게되고
결국 얼마후 자동차를 폭주해 자살로 인생을 마감한다.
산업화된 현대사회는 맹수들이 들끓는 아프리카 정글보다 때로는
더욱 위험하고 비정하며 매말라있다. 소수의 성공한 계층과 기득권을 잡고 있는 일부 행운아들을 제외하고 대다수의
구성원들은 인간 소외현상과 그에 따른 아픔과 상처들을 부둥켜않고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목마름가운데 신음을 하고 있다. 주인공 월리가 죽은 후 장례식에서 부인 린다가 하는 독백은 아메리칸 드림을 쫒아 살다 삶을 마감한 세일즈맨의 허무한 모습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여보, 오늘로서 드디어 집 페이먼트 다 마쳤어요… 마침내 우리 집이 생겼는데 이제는 그 집에서 함께
살 사람이 하나도 없네요…”
인생은 허무하다. 특별히 죽음을 염두에 두고 인생을 바라보면 초라한 본전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부귀영화를 다
누렸던 솔로몬도 인생을 돌아보면서“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혜의 사람이었던 솔로몬은 “오직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의 명령을 지키는 것이 인간의 본분이고 이렇게 살 때 인생의 허무함을 극복할 수 있다”고 후대 사람들에게 조언했다.
우리는 오늘 밤이라도 세상을 떠날 수있는 사람들이다. 그날이 예고 없고 찾아오기 전에 지금 이 순간들을 어떻게 보내기 원하는가? 사소한 일에 분노하고
용납하지 못하며 좀 더 소유하기 위해 발보둥치거나, 남의 눈치보면서 짝퉁처럼 살아가는 그런 인생은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먼저 세상을 뜬 친구를 추모하며, 그 때문에라도 숨쉬고
있는 동안 허무함을 극복하고 더욱 의미있는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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