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지드 <좁은문>
“좁은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라…”
앙드레 지드는 20세기 초반 프랑스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다. 대부분의 작품들이 성경과 기독교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언듯 개신교 신앙을 대표하는 기독교 작가라는 인상을 받지만 그의 작품내용을 엄격히 분석해보면 지드는 오히려 반기독교적인 기독교 작가였다.
그가 후대에 미친 영향은 1백년후인 오늘날 유럽, 특별히 프랑스 개신교 신앙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해도 과연이 아니다. 왜냐하면
1,2차세계대전을 지나오면서 지드가 그려낸 하나님을 떠난 인본주의적 기독교 신앙은 그 당시 젊은이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
잡았고 그 후 유럽에서는 하나님 중심의 신본주의적 신앙전통은 고리타분한 구 시대의 유물로 취급받았기 때문이다.
노벨상 수상작인 ‘좁은문’은 자기희생을 강조하는 기독교 신앙관과 그에게 내재했던 육체적 욕망과의 갈등을 묘사한 작품이다. 사촌지간인 제롬과 알리사의 이뤄지지 못한 사랑을 통해 비인간적인 종교적 자기희생의 허무함을 비판하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행복을 스스로 포기하게하는 금욕주의에 대한 강렬한 회의를 작품 전체에서 암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드 특유의 아름다운 서정성과 정교한 심리묘사가 작품 전체에 흐르고 있다.
성스러움과 청순함의 상징인 알리사는 신앙심이 깊은 여성으로
사랑하는 제롬과 함께 손을 잡고 하나님이 인도하는 좁은문 ‘생명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소망이다. 그런데 그녀는 여동생 줄리에트가 제롬을 몰래 사랑하고 있는 것을
알게되고, 또 한편으로는 제롬을 생각하면 마음가운데 불처럼 쏫아나는 육신의 욕망으로 인한 죄의식에 사로잡혀
좌절하며 고민하게된다. 그래서 그녀가 내린 선택은 오직 하나님만을 바라보는 고독한 순례자의 길을 걷기로 하는
것이었다. 제롬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마음을 전하고 싶지만 그녀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고행과 자기 희생을 자초했던 알리사는 얼마후 파리의 한 요양원에서 조용히 숨지는데… 나중에 알리사가 남긴 일기장에는 제롬을 사랑하지만 그를 향한 사랑이 하나님을 향해 나가는데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고백한다.
‘좁은문’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지드의 자전적인 소설이다. 지드는 사촌누이와 결혼을 했으나 행복하지 못한
결혼 생활중 동성애를 경험하게 되고 기독교적 윤리관이 인간의 진정한 행복추구의 방해가 된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후 ‘전원교향곡’에서는 맹인이었던 청순한 여주인공의
사랑을 그려내면서 가식과 위선에 가득찬 개신교 목사를 비난하고, 좁은문과 같은 시기에 쓴 ‘탕자, 돌아오다’에서는 성경에 기록된 탕자의 비유를 인간적인
관점에서 재해석해 내고 있다.
오늘날 유럽에는 기독교 문화는 살아 있어도 기독교 신앙은 다
죽었다.
오래전 지어진 고색창연한 교회 건물들은 박물관으로 또는 춤추는 장소로 바뀌었고, 이미 그 곳에서 예배와 찬송이 끊어진지가 오래되었다. 사람들은 간혹 자신이 무엇을 믿고 있는지
혼돈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 유럽은 하나님을 떠난 인본주의적 신앙이 한 시대를 지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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