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0일 금요일

51 알렉산더 뒤마 <몬테 크리스토 백작>



알렉산더 뒤마  <몬테 크리스토 백작>

만약 사람들끼리 마음 내끼는대로 서로 복수를 하는 것을 허용하면 아주 짧은 시간안에 이 지구상 인구는 전멸할 것이다. 복수(復讐)는 사람의 피를 끓게 만들고 눈에 보이는 것이 없도록 만드는 파멸의 악순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수를 하려거든 무덤 두개를 미리 준비하라는 말이있다. 하나는 상대의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무덤이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고사성어는 멀쩡하던 사람이 한번 복수심에 사로잡히면 앙갚음을 하기까지 일부러 장작 위에서 불편한 잠을 자며 쓰디 쓴 곰 쓸개를 빨면서 증오심을 불태우게 된다는 뜻이다. 때문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복수심은 소설의 드라마딕한 소재로 회자(膾炙) 돼왔다.

알렉산더 뒤마의 몬테 크리스토(그리스도의 산이라는 뜻) 백작은 복수를 소재로 한 가장 대표적인 소설이다. 사랑하는 애인과 약혼을 앞두고 행복한 꿈에 사로잡혀있던 주인공 에드몽 당테스는 애인 메르세데스에게 흑심을 품고 있던 친구 페르낭이 그를 나폴레옹과 연결된 정치범으로 밀고를 하는 바람에 하루 아침에 반역 죄인으로 체포돼 탈출이 불가능한 이프 섬 감옥에 갖혀버리는 신세가 되었다. 이곳에서 에드몽은 옆 방에 수감돼 있던 팔리아 신부를 알게돼 자신이 덮어 쓴 누명을 털어놓는다. 팔리아 신부는 에드몽에게 이 모든 일들이 같은 배를 타고 있던 당그라르 그리고 친구 페르낭의 모략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고 또한 엄청난 보물이 숨겨져 있는 몬테 크리스도 섬의 비밀장소를 알려준다.14년이 지난 후 팔리아 신부가 감옥에서 죽자 시신을 바꿔치기 해서 극적으로 이프 섬에서 탈출에 성공하게 된다. 이제 에드몽은 자신의 청춘과 사랑하는 애인를 빼앗고 아버지 마저 죽게 했던 사람들에게 복수하게 위해 몬테크리스토 백작이 되어 돌아온다. 에드몽은 치밀한 계획가운데 원수 페르낭과 당그라르에게 접근해 저들의 숨은 비리를 폭로하고 재정적으로 코너에 몰어넣음으로 하나 하나 그렇지만 절대로 서두르지 않으면서 저들을 완전히 파멸시킨다이 정도 이야기가 진행되면서는 한편으로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에 등장하는 히드클리프 백작의 복수극과 여러가지 면에서 비슷한 스토리 전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나를 힘들게 만들고, 고통가운데로 밀어넣는 인간들에게 복수를 할 기회를 찾는 것은 어쩌면 가장 짜릿하고 달콤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스윗 리벤지(Sweet Revenge)라는 말까지 있다. 하지만 복수는 분명히 또 다른 복수를 부른다. 그래서 성경은 복수는 하나님에 속한 것이니 스스로 복수하지 말라고 교훈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가서 오히려 원수를 사랑하고 저희가 배고파 하거든 먹을 것을 주라고까지 명령하고 있는데, 그렇게 할 때 결국 복수와 심판은 하나님의 손에 달리게 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복수 대신 용서와 화해의 길을 선택한 다는 것은 사실 가장 용감한 믿음의 행위다.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확신할 수 없고 하나님이 공평하다는 것을 믿지 않고서는 스스로 복수하고 싶은 충동에서 도무지 벗어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50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빅토르 위고 <레미제라블>

러시아 국가 대표팀 자격으로 올림픽에 출전해서 금메달을 딴 안현수(러시아명 빅토르 안) 선수의 러시아 귀화 뒷이야기를 접하면서 혁명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안 선수는 운동 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실력과 기량을 무시하고 기득권 세력의 배후 담합과 말 안듣는 선수 왕따 만들기에 혈안이 돼있는 한국빙상협회의 저질스런 관행에 저항해 스케이트 선수로서 꿈을 성취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 국적변경을 마다하고,러시아 대표선수로 이번 동계 올림픽에 출전을 했다. 시상대에서 목에 건 금메달과 그의 눈물은 이해하기 힘들었던 러시아 귀화 결정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했고, 그간 마음 고생한 모든 것을 한꺼번에 보상 받게했다. 안현수 혁명은 기필코 성공했던 것이었다.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은 혁명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18세기말부터 시작된 프랑스 혁명은 봉건주의와 귀족사회의 전통등 과거로부터 과감한 단절을 선언했다. 나폴레옹의 등장과 소멸, 6월 혁명의 어지러운 시절을 거치면서 젊은이들은 의식 사회 정치구조의 혁명을 외치며 거리에 피를 뿌렸다. 이런 상황을 목격한 위고는 잘못된 법과 관리들의 부정부패 때문에 인생의 한복판에 인위적인 지옥이 만들어져 고귀한 인간의 가치가 말살되고 있는 것을 통탄하는 심정으로 레미제라블(비참한 사람들)1862년에 완성했다.

주인공 장발장은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빵 한조각을 훔친 죄로 무려 19년동안 감옥에서 강제노동에 시달렸다. 사회에 대한 혐오로 가득차 있던 장발장을 아무런 조건없이 믿어준 미리엘 신부의 은혜와 순진무구한 코제트에 대한 사랑을 통해 그는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하지만 그의 과거를 찾아내, 기어코 그를 다시 감옥으로 보내기 원하는 자베르 형사는 법을 맹신하고 오로지 임무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냉혈인간이다. 원대한 꿈을 품고 이상적인 자유 민주국가 혁명을 부르짖는 젊은 청년 앙졸라와 그의 친구들, 그리고 앙졸라와 한 눈에 사랑에 빠지는 코제트, 사악하고 비굴한 인간의 전형이랄 수 있는 테나르디에 부부, 이상주의자 마리우스등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해 작가는 당시의 어수선한 사회상을 상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 나타난 사회고발과 인간 부조리를 통해 작가가 긍극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중심에는 인간의 죄와 실천적인 구원 방법에 대한 제시가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자베르 형사와 장발장이라는 인물 설정은 성경가운데 율법(구약)과 복음(신약)을 각각 상징하고 있다. 또한 작가는 개인의 비참한 삶을 아랑곳하지 않고 흘러가는 비정한 사회속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장발장을 거듭나게 한 것과 같은 무조건적인 사랑과 희생이라는 예수 복음의 핵심을 이 소설을 통해 은유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독실한 신자였던 빅토르 위고에게 있어 예수는 참 된 혁명의 롤 모델이었다. 형식과 격식에 치우쳐 기득권에 눈이 어두웠던 가식적인 바리세인들을 향해 독사의 자식들이라고 의분을 감추지 않았던 인간 예수는 그래서 오늘날도 이 땅에 버젓이 존재하고 있는 수 많은 바리세인들을 향해 마음의 혁명이 진정한 신앙의 출발점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49 스탕달 <적과흑>



스탕달 <적과흑>

프랑스 문학은 영국, 독일등 유럽 다른 나라의 문학과 비교할 때 인간심리와 인간성에 대한 집착, 끈질긴 개인주의, 남다른 사회적 정치적 관심, 왕성한 풍자 정신등을 특성으로 꼽을 수 있다. 소설분야에 있어서는 19세기초 나폴레옹 시대를 분수령으로 고전주의 소설과 근대소설로 구분되는데 특별히 스탕달과 발자크는 사실주의에 입각한 로멘티시즘의 소설을 완성한 대표적인 작가로 꼽힌다.

적과 흑은 나폴레옹 혁명전쟁 이후 왕정복구를 앞두고 있는 19세기 프랑스의 어수선한 사회적인 분위기를 배경으로 신분상승을 위해 발보둥치고 있는 매력적인 주인공 줄리엥 소렐의 비극적인 삶과 사랑을 그린 고전 연애소설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연애소설은 이 후에 러시아의 도스토엡스키, 뚜루게니예프에게까지 그 전통이 이어졌고, 동시대의 작가인 발자크는 스탕달의 소설기법을 더욱 발전시켜 대하소설인간희극을 완성했다.

19세기초 프랑스에서 사회적 신분이 낮은 사람이 신분상승 가도를 탈 수 있는 길은 군인이 되거나 또는 성직자가 되는 것이었다. 책의 제목인 적과 흑은 당시 군인 계급장을 상징하는 적색, 그리고 성직가들이 입는 검은색 가운색을 상징하고 있다.

목재상의 아들로 태어난 줄리앵은 주류사회를 진입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야심을 채우려했다. 비상한 머리와 준수한 외모를 무기로 줄리앵은 상류사회에 파고들어 저들에 대한 증오와 경멸,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한없는 동경을 동시에 가지고 자신의 야망을 이뤄간다. 그래서 처음에는 시골 촌뜨기 처럼 어리벙벙했던 줄리앙은 라틴어를 단 시간에 공부해 시장 집의 가정교사가 되었고 의도적으로 시장의 아내 레날 부인을 유혹한다. 얼마 후 둘 사이의 관계가 소문나자 줄리앵은 수도원으로 숨어들어가 성직자의 길을 준비한다. 원래 성직자가 되고자하는 마음은 전혀 없었던 줄리앵은 얼마후 그 지역 후작의 비서로 추천이 되는데, 이 기회를 이용해 후작의 딸 마틸드를 만나 또 다시 정략적인 사랑을 시작한다. 마틸드가 임신을 하게되자 후작은 어쩔수 없이 결혼을 준비시키며 한편으로 줄리앵을 기병연대의 중위로 복무할 수 있게 배려한다. 한동안 모든 일이 줄리앵의 야심과 계획대로 되는 듯했지만 뜻하지 않은 레날 부인의 편지 한 통이 후작에게 전해지면서 모든 일이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줄리앵의 마음가운데는 레날 부인을 증오하는 마음만 남게된다. 그렇게 레날 부인을 찾아간 줄리앵은 그녀에게 총격을 가하고 그 자리에서 체포돼 사형을 선고받게된다.

줄리앵이 끔찍이도 사랑했던 대상은 항상 자기자신이었다.신분상승을 위해 모든 것을 감수하며 위선을 행사하고 가식적인 사랑도 마지 않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추구했던 것은 자신의 가치를 존중히 여기고 자기를 긍정하는 것을 최대의 목적으로 했다. 때문에 그는 신분은 낮게 태어났지만 정신적으로는 늘 귀족으로 남을 수 있었다. 오늘날 자존심도 없이 그저 새털처럼 가벼운 출세지상주의자과 줄리앵이 그나마 구별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고 본다.

48 김은국 <순교자>



김은국  <순교자 The Martyred>

고전산책의 무대를 그동안 영국에서 다음주부터는 프랑스로 옮겨가는 막간을 이용해 한동안 내 마음가운데 뱃고동처럼 긴 여운을 남겨논 한국 소설 김은국의 순교자를 소개한다. 이 작품은 지난 1964년 미국 문단에서 영어로 발표돼 20주간 연속 베스트 셀러의 자리에 올랐던 작품을 나중에 한국어로 재출간한 것이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미국소설로 분류돼야 할 작품이다. 재미작가 김은국은 한국계 소설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까지 올랐으나 막판에 러시아 작가 솔로호프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625전쟁중에 많은 목사들이 북한 비밀경찰들에 의해 처형당하는 일들이 있었다. 종전후 남한 정보국에서는 이런 일들을 좀더 조사해 북한의 잔악함을 알리는 선전용 자료로 사용하고자 10명의 목사가 집단 살해된 사건을 조사하게된다. 그런데 조사과정에서 현장에 다른 2명의 목사가 더 있었는데 이들은 처형되지 않고 풀려난 사실에 수사의 초점을 맟추게 된다. 처음에는 처형당한 10명의 목사는 자신의 신앙을 굽히지 않은 순교자였고, 살아남은 두명은 배교자라는 추측을 하게되지만 나중에 저들을 처형한 공산당 간부가 남한에서 체포돼 폭로한 진실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었다.

그놈들은 개 같이 훌쩍거리고 낑낑거리면서 엉엉 울기도하고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하나님을 저주하고 부정했다. 그래서 저런 놈들은 당연히 죽여 마땅하다고 생각돼 그 자리에서 총살했다. 그 와중에 한 놈은 정신이 돌아버려 총알이 아깝다는 생각에 살려주었고, 신목사라는 놈은 끝까지 당당하게 목숨을 구걸하지 않길래 살려줬다

사건을 조사하던 남한 정보부 장대령은 철저한 군인이고 애국심에 불타는 심정으로 북한 간부가 말한 현장 상황을 은패하고 10명 목사에게 순교자라는 명예를 덧입혀 정치적 선전자료, 즉 공산당의 만행을 강조해 기독교인을 하나로 결집시키고 공산주의자에 대한 반감을 고조시키기로 한다

이 소설의 중심에 있는 갈등은 진실에 대한 공방이다. 과연 무엇이 진실인가. 진실이라면 모든 것이 최선인가 아니면 불편한 진실, 알려져봤자 소용없는 진실은 나름대로 왜곡되어도 문제가 없는 것인가. 인간의 역사는 어쩌면 진실을 기록한 것보다는 승자 편에서 왜곡하고 날조한 사실들의 진열장 일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이 소설을 통해 추리하게된다.

또한 소설 순교자를 통해 작가 김은국이 그려내고자 했던 또다른 상황은 신앙의 문제이기 보다는 인간 부조리의 문제였다.카뮈가 그의 소설 이방인가운데 하나님의 사랑을 외치며 신앙에 대해 역설하던 사제가 어느날 문득 자신이 믿는 신이 정말 존재하고 있는가라는 칼날같은 회의의 반격을 그려냈던 것 처럼, 김은국은 이 소설을 통해 인간의 나약함,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고백이 총구멍앞에서는 개처럼 처절하게 무너져 버리는 현실을 묘사하면서 인간의 나약함과 부조리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소설이 던지는 심중의 질문은 독자를 향한 질문이기도하다.
“과연 당신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47 로버트 스티븐슨 <지킬박사와 하이드>



로버트 스티븐슨 <지킬박사와 하이드>

사람을 뜻하는 영어의 person 이란 단어는 그 어원을 라틴어의 persona , 가면이라는 단어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은 모두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의미가 함축되있는 것이다. 인간의 이중성, 사람안에 있는 선과 악의 대결, 갈등은 창세부터 일반 고전은 물론 성경에서도 심각하게 다루고 있는 이슈다. 사도 바울은 신약성경 로마서 7장에서 이런 고백을 하고 있다.
선을 행하기 윈하는 나에게 악이 함께 있는 것이로다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내 자신이 마음으로 하나님의 법을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노라.”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사도 바울 조차도 고민했던 인간의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 선과 악의 대결, 인간과 신의 영역, 낭만주의와 리얼리즘의 대립을 지킬박사와 하이드라는 두 자아의 대립으로 표현한 소설이다.

주인공 지킬박사는 자신 내면의 유혹과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귀족집안에서 태어나 예의범절 교육을 받고 자라나 불쌍한 사람을 동정하고 선행을 베풀며 사는 과학자였지만 그의 마음가운데 전통과 격식에 눌려왔던 나쁜 욕망들을 분출할 곳이 없어 늘 갈등하는 불행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래서 지킬박사는 인간의 이중성을 분리하려는 연구에 성공해 약물로 자기 안에 있는 악을 독립적인 인간으로 변신시킬 수 있게 되었는데 그가 바로 악의 화신인 에드워드 하이드였다. 인간의 이중성, 자아분열 증세를 극적인 소설 설정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19세기 영국은 빅토리아 여왕의 전성시대를 구가하면서 국가적으로 번영일로를 달리고 있었다. 귀족들은 겉으로는 형식과 체면을 차리면서 품위있게 살고 있는 듯했지만 속으로는 쓰레기통같은 욕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앞 뒤가 판이하게 다른 가식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그래서 당시 귀족사회에서 가장 유행했던 파티컨셉은 가면무도회였다. 이런면에서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가식적이고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던 당시 귀족사회에 대한 사회적 고발이기도 하다.

스티븐슨은 풍부한 상상력과 뛰어난 산문 기술을 가진 작가로 19세기 영국문단에서 지킬박사와 하이드그리고 탐험소설 보물섬을 발표했다. 30세 중반에 패병에 걸리면서 건강이 급속히 악화되었고, 나중에 요양을 위해 가족과 함께 사모아 제도의 섬에서 요양생활을 하다가 44세의 나이로 짧은 삶을 마감했다.

오늘날 많은 현대인들이 자아분열증세에 시달리고있다. 가면을 너무 오랫동안 쓰고 있다보니 가면이 자신인지 가면을 벗은 얼굴이 본인인지 구별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고민하기 보다는 남들이 어떻게 자신을 보고 있는가에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을 보내며 살고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숲 같네…” 가시나무 새

46 C S 루이스 <순전한 기독교>



C S 루이스  <순전한 기독교>

C S 루이스는 기독교 변증학자가운데 세속과 교회를 막론하고 가장 많이 인용되고 존경받고 있는 작가다. 많은 신학자들이 기독교의 진리를 고리타분하고 틀에 박힌 방법으로 변증하고있을 때 루이스는 일반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평범한 용어 또는 나니아 연대기와 같은 동화 소설로 기독교 진리를 풀어 전달했다. 루이스의 탁월함은 기독교의 교리나 성경을 모르는 사람들 조차도 재미있고 쉽게 기독교의 진리에 접근할 수 있게 만들었다는데 있다.

순전한 기독교’(Mere Christianity)는 루이스가 1941년부터 약3년간에 걸쳐 일반 라디오방송에서 진행했던 토크 쇼의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이 책가운데 제기 되고 있는 4가지 중심 변증은 첫째, 옳고 그름 우주의 의미를 푸는 실마리(유신론적 입장에서의 논증) 둘째,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믿는가? (도덕적 신과 주권적 신의 경계) 셋째,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행동(성문제를 포함한 도덕의 3요소) 넷째, 인격을 넘어선 신앙 (만드는 것과 낳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루이스는 이렇게 딱딱한 신앙의 본질적인 질문들을 탁월한 논증, 치밀한 언변 그리고 위트있는 독설로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의 책가운데 밑줄 그어놓은 문장을 몇 개 옮겨본다

당신들이 기독교인이라면 기독교 이외의 모든 종교는 처음부터 끝까지 틀렸다고 믿을 필요가 이제는 없다.”
이 세상에 인간이라곤 나 혼자뿐이라도 주님은 결국 십자가를 졌을것이다
기독교 신앙의 중심은 그리스도의 십자가며 그분의 죽음이 어떤 방식으로든지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과 바른 관계를 맺게 해주고 새로 출발하게 해 주었다는데 있다.”
때로는 가장 멀리 돌아가는 것이 가장 빨리 집에 가는 길 일 수 있다.”
사람은 선해질 수 록 자기 안에 남아있는 악을 더 분명히 깨달을 수 있다.”

루이스의 변증은 이미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맹목적인 신앙을 난처하게 만들고, 세속의 예술 문화를 근거없이 폄하하면서 오히려 자신들은 질이 휠씬 더 떨어지는 창작 활동을 하고있는 일부 크리스천들에게 경종과 도전을 던지고 있다. 루이스가 추구했던 신앙의 본질은 믿는 것과 아는 것이 하나가 되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까지 성장해야한다는 명재로 귀결된다. 요즘 크리스천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는 영성과 지성의 발랜스를 루이스는 오래전부터 강조해 왔던 것이다.

한편 루이스의 각별한 러브스토리는 인간적인 측면에서 루이스를 다시 보게한다. 50세까지 독신으로 지나오던 루이스는 조이 데이빗먼이라는 미국출신 시인을 만나 사랑에 빠져 늦은 나이에 결혼을 했는데, 아내가 골수암으로 결혼 3년만에 세상을 떠나게된다. 이들의 러브스토리는 할리웃에서 나중에 ‘Shadowlands’라는 타이틀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루이스는 아내의 투병과정을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오래전에 출간했던 고통의 문제’(The Problem of Pain)을 재정리해 헤아려 본 슬픔’ (A Grief Observed)이란 제목으로 출간해 삶 가운데 고통과 슬픔의 문제로 어려운 시간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위안을 주었다.

45 서머셋 모음 <인간의 굴레>



서머셋 모음 <인간의 굴레>

당신의 삶을 사로잡고 있는 굴레(bondage)는 무엇인가? 인간은 태어나 성장하면서 알게 모르게 한정지어진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자유를 갈망하지만 현실가운데 번민하고 고통받다가 언젠가는 반드시 창조주 앞으로 돌아가게 된다. 굴레는 자신의 의지와 관련없이 형성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스스로 만들어 놓는 굴레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고 어디로 향하는지 행선지조차 불확실한 삶을 살고 있는 인생들은 연극이 끝나고 조명이 꺼지는 순간에서야 겨우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게된다. 그래서 굴레는 육신의 정욕이고 진정한 자유는 불멸하는 영혼이다.

서머셋 모음의 대표작 인간의 굴레는 자신이 성장과정, 청년기에 경험했던 일들을 바탕으로 만든 자전적 소설이다. 소설의 주인공 필립은 태어나면서 절름발이로 태어나 아이들의 놀림을 받으면서 지극히 소극적이고 열등감 가운데 성장기를 지낸다. 부모가 갑자기 죽으며 목사였던 백부의 집으로 옮겨갔다. 이곳에서 필립은 학교 친구들로부터 절름발이라고 조롱을 받으며 점점 더 패쇄적이고 자의식이 강한 소년으로 성장한다. 이와중에 인상적인 장면은 신체적 불구 때문에 고민하는 필립을 교장 선생님이 격려하는 말이다.
네 어깨가 특별히 강하여 사랑의 표시로 십자가를 지게 하셨다고 생각봐라. 그러면 네 육체적인 불구도 불행이 아니라 행복의 조건이 될 것이다

하나님이 절름발이라는 어려운 십자가를 그의 어깨에 매게한 이유는 특별히 그의 어깨가 다른 사람에 비해 강하기 때문이라는 사고 전환의 계기를 마련해 주고자 했던 것이다. 또한 목사인 백부의 영향으로 필립은 어느날 믿음이 있으면 산이라도 옮길 수 있다는 성경구절을 믿고 절름발이를 고쳐 달라고 애달리며 기도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그 기도가 이뤄지지 않자 신앙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갖게되고 결국 그는 어린 시절부터 가져왔던 신앙을 던져버리기로 결정을 한다.

19세기 영국에서는 전통적인 기독교 신앙에 대항한 자유주의, 인본주의적인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었는데 이 소설 또한 당시의 그런 분위기를 반영해서 주인공 필립이 기독교 신앙을 버리는 것이 마치 하나의 굴레에서 벗어나게된 것이라는 설정으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영국을 위시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오늘날 기독교 문화와 전통은 가지고 있어도 기독교 신앙은 이미 죽어버린 그 원인을 1백여년전의 이런 사회적 분위기 가운데 찾아볼 수 있다.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고 온전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열망이다. 그런데 자신을 찾아 나서는 여행 가운데 최우선되야 될 과제중 하나는 알게 모르게 자신의 삶을 사로잡고 있는 인생의 굴레는 무엇인지에 대한 대답을 발견하는 일이다.  

44 토마스 하디 <테스>


토마스 하디 <테스>

19세기 영국 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테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선정적인 성적 묘사 때문에 당시 보수주의자들은 법원에 출판금지를 요청하는등 설레발 치기도했는데 오히려 이런 소동으로 테스는 더 유명한 소설이 되었다. 한편에서는 사실주의에 입각한 소설로 영국사회내에 존재하고 있던 남녀 차별주의, 종교인들의 이중성, 여권신장등의 문제들을 비극적, 염세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테스는 운명이 기구한 여인의 대명사다. 아름다운 미모의 여인이었지만 오히려 그 미모때문에 강간을 당하고 원치않는 임신까지 하게된다. 나중에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 에인젤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지만 첫날밤 자신의 과거를 고백했다가 남편은 순결을 지키지 못한 테스를 용납할 수 없다며 떠나고 만다. 모든 것이 여자책임이라는 것이다. 그 와중에 옛 남자가 다시 찾아와 테스는 그와 함께 살고 있는데 남편 에인젤이 마음을 고쳐 먹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제는 남편과 함께 사랑의 도피를 하기 위해 테스는 그 옛 남자를 죽이고 도주하지만 결국 체포돼 사형 당하는 비극적 종말을 맞는다. 물론 한 여인의 기구한 운명 탓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포인트는 성의식에 대한 사람들의 모순과 차별이었다.

()문제에 관한 한 사람들은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항상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다른 사람이 성적인 문제를 일으키면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죄지만 자신이 그 입장이 되면 갑자기 관대해 진다. 그래서 남들의 외도는 불륜과 간통이지만 자신의 외도는 로맨스라고 하지 않는가. 성경에 기록된 간음한 여인의 이야기는 이런 이중성을 설파한 명판결이었다. 간음현장에서 발각된 여인을 예수앞으로 끌고 나와 모세 율법에 따라 돌로 쳐 죽이겠다고 서슬이 퍼렇게 오른 사람들을 향해 예수님은 죄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라는 말씀 한마디로 재판관의 위치에서 돌을 들고 우쭐대던 대중들을 한 순간에 피고의 자리로 곤두박질 치게 만든 대 반전이었다. 그런데 간음한 여인의 이야기에서도 간음한 남자는 왠지 실종돼있다. 간음의 현장에서 여자가 잡혔다면 분명 상대 남자가 있었을 터인데 이야기가운데는 오직 여인만을 죄인으로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오래전 마광수라는 작가가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그는 대학 교수로서 많은 사람들이 성적인 이야기는 껌껌한 골방구석에서 혼자하는 것이라고 내숭을 떨고 있을 때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라는 파격적인 에세이집을 내서 파문을 일으켰다. 이 에세이로 인해 대학에서는 그의 강의권을 박탈하고 강단에서 쫓아 내기도했다. 성문화가 그렇게 판치고 있는 한국에서 나름대로솔직하게 성에대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면 그것도 비난과 처벌의 대상이 되었던 한국의 현실도 어찌보면 성의식에 대한 또 다른 스테레오 타입이라고 밖에는 말 할 수 없을 듯하다.      

43 블레즈 파스칼 <팡세>



블레즈 파스칼 <팡세>

새해를 맞이하며 독자들에게 권장할 만한 책을 찾아보다가 파스칼의 팡세가 눈에 들어왔다. 팡세는 프랑스어로 생각이라는 뜻이다. 당대의 천재 수학자, 물리학자, 철학자면서 또한 기독교 변증 신학자이기도 했던 파스칼의 생각을 모아논 책이 팡세다.

파스칼의 천제성은 12세에 독학으로 유클리드 기하학을 독파하면서 드러났다. 그 후 파스칼의 원리가 포함된 원추곡선론 16세에 발표했고, 얼마후에는 오늘날 컴퓨터의 기초가 된 계산기를 발명했다. 수학자로 물리학자로 천제성을 과시하던 파스칼은 나이 31세가 되던 해 살아계신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체험을 한다. 그의 신앙논집 죄인의 회심에서 창조주의 위대함을 깨달은 후 물리학적, 과학적 탐구가 얼마나 제한된 지적 호기심의 발동이었다는 것을 각성했다. 39살로 요절한 천제 파스칼은 말년에 기독교의 진리를 변증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는데 끝내 완성을 하지 못하고 병상에서 기록해 놓은 약 9백여개의 메모를 그가 죽은 후 모아 팡세라는 이름으로 출판을 하게 됐다.

성경의 잠언은 솔로몬의 지혜를 모아 놓은 책인데, 팡세는 파스칼이 기독교로 회심한 후 인생과 신앙에 대한 지혜을 모아논 일종의 파스칼의 잠언이라는 부제가 붙을만하다.

세상에는 두 좋류의 사람이 있는데, 하나는 자기를 죄인이라고 자백하는 의인이고 또 하나는 스스로는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죄인이다.”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다. 자연 가운데 가장 나약한 갈대다. 인간의 존엄성은 사고(思考) 속에 있는 것이다.”
신을 직감하는 것은 심정이고 이성이 아니다. 이것이 곧 신앙이다
손도 발도 머리도 없는 인간을 얼마든지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생각하지 않는 인간은 상상할 수 없다. 그런 것은 돌이 아니면 동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천사도 아니고 금수도 아니다. 그런데 불행은 천사의 흉내를 내려는 자가 금수의 흉내를 내곤하는데서 비롯한다.”

파스칼이 신의 존재를 통해 발견한 인간 존엄성의 근원은 사고(思考)에 있었다. 생각하지 않고 고민하지 않으면서 무작성 사는 것은 동물과 다름없이 사는 것이고, 깊은 묵상 없는 신앙은 참 된 구도의 자세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여러가지 결단과 각오를 하고 있는 분들에게 파스칼의 팡세를 권장한다. 그 속에는 천재 과학자에서 기독교 변증 신학자로 변신한 파스칼의 예리한 인생에 대한 통찰과 신앙의 본질에 대한 지혜가 넘치고 있어 한 해를 뜻있게 시작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42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이 세상에 이상적인 배우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도 자신은 이상적인 배우자를 만나서 잘 살고 있다고 자부하는 분들은 그냥 그렇게 사시면된다. 인류 최초의 부부였던 아담과 이브는 과연 이상적인 커플이었을까? 성경에는 그들의 부부관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나는 저들도 부부싸움도하고 미워하기도하면서 죽기까지 9백년이상의 기나긴 세월을 동고동락(同苦同樂)했을 것이라는 상상을 한다. 나름대로 그렇게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한가지저들의 삶 속에 죄()가 스며 들갔기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나 원죄의 피를 가지고 태어난다. 그것은 선택사항이 아니고 운명이다. 그리고 죄를 가지고 태어난 인간은 살아가는 동안 육신의 정욕, 이생의 자랑등과 같은 암초에 부딪치고 상처받는 삶을 살다가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니 애당초 이상적인 배우자란 없고 단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인내하고 함께 걸을 수 있는 파트너를 만났다면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커플이라는 생각을 한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은 적령기 나이가 된 베넷가의 다섯 딸을 둘러싼 사랑과 결혼 이야기를 통해 18세기 영국 여인들의 결혼관, 이상적인 배우자에 대한 막연한 동경들을 풍자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상적인 배우자에 대한 통속적인 기준은 2백년전이나 오늘이나 어쩌면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남자들은 얼굴 이쁘고 매력적인 여자를 우선적으로 찾고, 여자는 외모와 더불어 경제적 능력이 있는 남자를 이상형으로 꼽는다. 특히 여성으로 할 수 있는 일들이 극히 제한되있었던 18세기 영국에서 이들의 유일한 탈출구는 돈 많은 귀족을 만나서 여생을 호강하며 사는 것이 가장 큰 꿈이었다. 나이와 외모가 바쳐주면 더욱 좋겠지만 때로는 돈 많은 귀족이면 아랑곳하지 않고 결혼하자는 것이 당시 여성들의 실상이었다. 오스틴은 이런 당시에 사회적 상황가운데 여성들에게 결혼의 조건보다 마음을 쫒으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그래서 어쩌면 최초의 여성해방 운동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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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딸 엘리자베스가 이웃으로 다가 온 귀족 청년 다아시를 알게 되면서 발생하는 상황을 오만편견이라는 두 단어로 함축하고 있다. 엘리자베스는 다이시에게 호감은 있지만 그가 귀족 청년이기 때문에 자신의 가족을 업신여긴다는 편견을 가지고 그를 의도적으로 거부한다. 한편 다아시는 돈 많은 귀족으로 어느 여인과도 원하면 결혼할 수 있다는 감춰진 오만을 가지고 엘리자베스를 대한다. 시간이 가면서 두 사람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었던 오만과 편견을 해소하고 서로에 대한 존경과 이해를 바탕으로 결혼을 결정하게되는 해핑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결혼을 전재로 한 사랑은 누구를 사랑하느냐가 보다, 어떻게 사랑할 것이라는 질문이 더 중요한 관건이다.


41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당신은 누군가로부터 많은 유산을 상속받은 행운아 인가, 아니면 유산이라고는 땡전 한푼도 받아본 일이 없는 지질이 복도 없는 사람인가? 유산에 대해서 이야기하다보면 사람들은 괜실히 허망한 꿈을 꾸며 신세한탄을 하기도한다. 물질만능주의 사회에 물들어 살다보니 뭉터기 돈 만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같아 복권도 사보고, 몫돈을 잡아보기 위해서 별 짓을 다해보지만 돈이 결코 인생의 해결사가 아니다. 그래서 좀 역설적이지만 많은 유산을 물려 받아 고생 모르고 사는 사람들은 어쩌면 짧은 인생을 사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는 참 인생의 희노애락를 모르고 사는 불행한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찰스 디킨스는 소설위대한 유산’(The Great Expectations)을 통해 우리 인생에 진정 위대한 유산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로서 찰스 디킨스의 탁월함은 그의 생생한 묘사 능력과 삶에 대한 통찰력에서 드러난다. 그의 소설, 특별히 이 작품을 읽다보면 작품속의 주인공들이 마치 종이밖으로 걸어나올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스토리 전개가 너무도 재미있고, 주인공들에 대한 성격 묘사 또한 절묘하다.

주인공 핍은 고아로 대장간을 운영하고 있는 친척 집에서 천대를 받으면서 자라고 있는 불행한 아이다. 그런데 수년 후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을 것이라는 거짓말 같은 통보를 받게된다. 그후 핍은 졸지에 런던 사교계에서 돈 잘 쓰는 신사로 그리고 꿈꿔왔던 신분상승을 하는 듯했다. 또한 어릴 때부터 사랑해왔던 첫 사랑 에스텔라와 다시 사랑에 빠지는 등 모든 것이 핑크빛 무드였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에게 유산을 상속해 주기로 했던 사람이 정치범 탈옥수였으며 그가 죽음으로 인해 상속되기로 했던 전 재산이 국가에 강제 몰수 당하게된다. 한순간에 엄청난 유산이 눈앞에서 안개처럼 사라진 것이다. 친척 조는 실의에 빠져있는 핍을 찾아와 허망한 꿈가운데 흥청망청 돈을 써왔던 핍의 모든 빛을 탕감해주고 그를 다시 고향으로 데려온다. 이런 과정가운데 주인공 핍은 진정 위대한 유산은 많은 재물이 아니고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보살펴주는 친척 조의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스토리 전개가 빠르고 극적인 반전의 재미가 있어 그의 소설은 현대판으로 재 각색, 연출돼 런던이 아닌 뉴욕을 무대로 영화화 되기도 했고, PBS등 공영방송에서는 원본에 충실한 대하 드라마로 제작하기도했다.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사람으로 꼽히는 워런 버핏은 4백억달러의 엄청난 재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자녀들에게는 단 한푼도 유산을 남기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녀들에게 독립심을 가지고 자신의 열정을 쫒아 사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는 교훈을 심어줬다. 현명한 부자들은 자식들에게 섞어가는 생선 몇마리를 유산으로 남겨 주는 것보다 싱싱한 생선을 많이 잡을 수 있는 낚시 비법을 전수해 주는 것이 진정 위대한 유산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그렇게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40 찰스 디킨스 <크리스마스 캐롤>



찰스 디킨스 <크리스마스 캐롤>

크리스마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의 고향이다. 크리스마스 캐롤을 듣고 있으면 아무리 추운 날씨라도 가슴에 따스한 촛불이 켜지면서 몸이 훈훈해 지는 느낌을 받는다. 크리스마스는 성경에서 말하고 있는 온 인류의 메시아로 이 땅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난 날이다. 따라서 생일은 당연히 그 날 태어난 사람이 주인공이 되야 하는데 오늘날은 마치 산타클로스가 크리스마스의 주인공인 것 처럼 분주하고 소란스럽기만하다. 상업주의에 물들어 가고 있는 혼탁한 현실가운데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정신은 무엇인가? 영국문학의 또 다른 위대한 작가 찰스 디킨스는 그의 단편 크리스마스 캐롤에서 삶의 의미,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정신을 아주 함축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사람들이 찰스 디킨스는 몰라도 구두쇠 스크루지 영감은 한번쯤 들어 본 적이있다. 그러니 디킨스는 그의 작품을 통해 자신보다 더 유명한 작품속의 주인공을 만들어낸 셈이다.‘크리스마스 캐롤은 스크루지 영감에게 얼마전에 죽은 동업자 말리의 유령이 나타나 스크루지의 과거, 오늘 그리고 미래를 보게해준다는 간단한 설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돈버는 일 외에는 아무것에 관심이 없고,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일은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면서 냉냉하게 살고있는 스크루지에게 유령 말리는 몸에 쇠사슬을 칭칭 감고 나타난다.”이 사슬들은 내가 사는 동안 만들어진 쇠사슬이라네그런데 스크루지 자네의 쇠사슬은 내 것보다 휠씬 길고 무겁다네하지만 아직 기회가 있는데 자네에게 유령 셋이 찾아올 테니 그들을 피하지 말게…” 유령과 함께 삶을 돌아보면서 스크루지를 가장 충격속에 몰아넣은 것은 자신이 죽었는데 아무도 그의 죽음을 애도하지도 않고 오히려 잘 됐다고 하거나 하찮은 일로 생각하는 주위 사람들의 태도였다

누구나 죽음앞에 서면 집착했던 모든 것이 작아 보인다.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자기의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16:26)

스크루지 영감은 이렇게 유령과의 시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거듭난다. 심부름하는 아이에게 맛있는 것 사먹으라고 용돈도 집어주고, 평생 연락을 두절하고 살았던 조카에게 칠면조도 보내주고, 자선기관에 많은 돈을 기부하고 돌아오는 길에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롤를 부르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캐롤을 부른다.

디킨스는 크리스마스 캐롤을 통해 진정한 크리스마스 정신은 살아 숨쉬고 있는 동안예수의 사랑을 본받아 최선을 다해 이웃과 사랑을 나누고, 가지고 있는 물질을 나누며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연말연시 무척 바쁜 일정가운데 억지로라도 조용한 시간을 내서 나는 진정한 크리스마스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가한번쯤 자기 점검을 해보는 것이 의미있게 크리스마스를 보내는데 필요한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고전산책 독자 여러분, 기쁘고 뜻있는 성탄절 맞으시기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39 조나단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조나단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17세기말 영국의 정치는 아마도 오늘날 한국이나 미국의 정당 정치와 큰 차이가 없었던 것 같다. 정치인들은 민생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소속 정당의 이익과 권력 유지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태를 보여왔다. 조나단 스위프트는 걸리버 여행기에서 정직하지 못한 정치인, 거드름만 피우는 귀족들, 비본질적인 것에 매달려 삶의 중요한 부분을 망각하고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을 신랄한 독설과 비유를 통해 풍자적으로 고발하고 있다.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동화로 잘 알려진 걸리버 여행기는 오히려 동화의 모습을 빌린 어른들을 위한 사회풍자소설로 봐야한다.

1,2부에서는 동화로 잘 알려진 소인국, 대인국의 이야기가 전개된다.“계란의 뽀족한 부분을 깨 먹을 것이냐, 동그란 부분을 깨서 먹을 것이냐를 두고 소인국안에 이념대립이 생겨 전쟁까지 일어나게 되는 우스꽝스런 모습은 당시 영국을 위시해 유럽 여러나라들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터무니 없는 명분을 내세워 전쟁을 일으키는 상황을 풍자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비교적 덜 알려진 3,4부 이야기는 극도로 이기적이고 권위만 내세우는 귀족들에 대한 비난, 타락한 인간성에 대한 고발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하늘을 나는 성 라퓨타사람들은 사색에 빠져있기 좋아하고 필요없는 연구와 교육에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걸리버는 마법사들이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과거 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많은 역사가 왜곡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서 좌절하고 분노하는데, 이는 기득권 세력의 용의주도한 진실왜곡과 은폐를 비꼬는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4부 말의 나라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충격적이다. ‘휴이넘이라는 종족은 겉은 말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아주 이성적인 계급이다. 그런데 야후라는 종족은 겉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아주 무절제하고 더럽고 추악한 하등종족, 차라리 동물에 더 가까운 계급이다. 걸리버는 야후와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휴이넘들이 동물 취급을 하려고 하지만 자신은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 와중에 걸리버는 휴이넘들이 평화롭게 서로를 존중하며 사는 모습을 보면서 모든 인간들은 어쩌면 야후에 더 가깝다는 서글픈 자각을 하게된다.

프랑스 공상소설 작가 프에르 볼리는 말의 나라이야기를 각색해서 말대신 원숭이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을 그린 혹성탈출’(Planet of the apes) 1963년도 출간했다. 얼마 후 할리웃에서는 찰턴 헤스톤을 주인공으로 이를 영화로 만들어 공전의 히트를 쳤다. 인터넷 세대에게는 아주 친숙한 야후 서치엔치이 왜 동물적인 인간을 의미하는 야후를 상호로 사용했는지 그 배경은 잘 모르겠지만, 오늘날도 인간은 절대로 야후 근성을 버리고 못하고 있다. 아니 어쩌면 점점 더 야후처럼 변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인간 사회의 실상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된다.

38 다니엘 디포 <로빈슨 크루소>



다니엘 디포 <로빈슨 크루소>

문학 작품은 시대적, 사회적 상황을 반영하는 거울 역할을 한다. 17세기 영국은 중상주의를 앞세워 식민지를 계속 확대해 나가고 또 한편으로는 네델란드, 스페인과의 전쟁에서 승리 한 후 자국에 유리한 일방적인 항해 조례를 만들어 오직 영국 국적의 선박을 통해서만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생산된 상품을 유럽에 들어올 수 있게 만들었다. 이런 시대 상황에 따라 영국의 젊은이들은 배를 타고 대서양, 인도양을 건너 미지의 세계를 향해 나아가는 꿈을 갖게 되었다. 탐험 소설의 시조처럼 알려져 있는 다니엘 디포의로빈슨 크루소는 당시 영국에서 실제로 있던 한 선원의 무인도 생존 사건을 통해 영감을 받아 쓴 소설이다.

타고난 방랑벽으로 부모의 만류를 뿌리치고 집을 나온 '로빈슨 크루소'는 첫 항해부터 배가 난파되는 등 불길한 생애의 예언을 받는다. 두 번째 항해에서는 아프리카의 무어인에게 잡혀 하인 생활까지 하게되는데, 특유의 재치로 무어인으로부터 탈출한 그는 브라질의 한 곳에 몇 년간 정착하여 부유한 농토를 소유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타고난 모험심때문에 부유한 농토를 버리고 다시 배를 타게된다. 그리고 카리브 해에서 폭풍을 만나 일행을 모두 잃고 홀로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다. 이 날이 1659 9 30, 이때부터 28 2개월이란 세월을 무인도에서 단독을 생활하는, 최초의 '사회 없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그는 난파된 배에서 여러 가지 물건을 가져오고, 혼자서 집을 짓고, 가구를 장만하여, 가축을 기르고, 농사를 짓는 등 집단 사회에서나 가능한 수많은 일들을 스스로의 힘으로 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식인족에게서 구해낸 흑인 '프라이데이'를 노예로 만듦으로써 2인 사회가 이룩된다. 그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함께 오랜 생활을 하며 여러 고난을 헤쳐나가게 되는데, 마침내 반란을 일으킨 상선에서 선장을 구출함으로써 무사히 집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이

톰 행스가 열연한 영화 케스트 어웨이는 현대판 로빈슨 크루소라고 할 수있다.
이 영화는 무인도라는 절망, 절대 고독가운데 삶의 본질과 비본질이 무엇인지를 생각케한다. 그래서 무인도는 인간의 모험심을 자극하는 요소 외에 혼자서 생존해야 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장소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어느 날 갑자기 홀로서기의 무인도에 떨어지게 되었을 때 대면하게 되는 가장 무시무시한 적은 야생동물이나 자연재해와 같은 것이 아니라절대고독과 무한하지만 의미없는 시간이다. 그래서 무인도에서 배우게 되는 교훈은 오히려 관계의 중요성이고 때로는 거추장스럽게 생각될 수도있는 사회와 이웃과 때로는 양보하고 조화를 이루며 사는 것의 중요성이다.

모든 것을 읽었다고 생각할 때는 살아가는 법을 무인도에서 배웠다. 그것은 그냥 숨을 계속 쉬는 것이다.”

혼자있을 때 인간은 존재의 원형과 일대일로 정면대결하게 된다. 많은 것을 소유하고 명성을 추구하는 일들, 까닥없이 걱정 근심이 사로잡히는 일들은 무인도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따지고 보면 인간은 그냥 숨만 쉬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