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지난주 세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이어 또 다른 영국 로맨스 소설 한편을 소개한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한 여름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속담이있다. 그런데 남자가 원한을 품으면 대를
이어서 복수의 앙갚음이 이어진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은 사랑하는 여인으로부터 영혼 깊은 곳까지 상처 입은 남자가 3대에 걸쳐 복수의 일념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슬프고 어둡지만 처절하리만큼 절대적인 사랑을 그린 로맨스 소설의‘원조’다.
영국 요크서 지방은 매서운 북풍 비바람이 일년내내 불고있다. 그래서 이 지역의 나무들은 북풍의 영향으로 모두 남쪽방향으로 가지를 틀고있다.
목사 집안의 넷째 딸로 태어난 에밀리 브론테는 30살 결핵으로 요절할 때까지 본인은
연애한번 해보지 못했지만 자라난 지역의 자연으로부터받은 영감으로 폭풍의 언덕을 완성했다고 한다.
육체와 영혼까지
불사르는 사랑은 요크셔의 자연과 닮아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모습을 지칭하는 ‘워더링(Wuthering)’이라는 형용사가 암시하듯 이 지역에는 거친 북풍 비바람이 그칠 날이
없다. 이 혹독하고 강한 바람은 한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이며 모든 나무과 풀까지 한 방향으로
가지를 뻗고 있는 것은 순수하고 청정할 수 밖에 없는 절대적인 사랑을 상징한다.
주인공 히스클리프는 어린 나이에 요크셔의 농장주인 언쇼씨의 집으로 입양된다. 그 집안에는 친자식 힌들리와 캐서린이 있었는데,
힌들리는 처음부터 히스클리프를 적대시하며 사사건건 그를 학대하지만 캐서린과 히스클리프는 함께 자라면서 의형제이상의 마음을
나누게된다. 나이들면서 캐서린은 린턴 가문의 에드거를 만나 히스클리프를 사랑하지만 에드거와 결혼을 하게된다.
상설가상으로 캐서린이 결혼을 앞두고 “내가 만약 히스클리프와 결혼한다면 이는 스스로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 같다”라는 말을 우연히 엿듣고 히스클리프는 상처받은 영혼이 돼서 언쇼가문을 떠난다.
하지만 3년정도 지난 후 히스클리프는 부유한 신사가 되서 요크셔로 금의환향을 한다.
겉은 멀쩡했지만 그의 마음은 온통 캐서린에게 받은 배신, 힌들리, 에드거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에 대한 복수심에 사로잡해 있었다. 첫번째 목표는 힌들리…그는 힌들리를 경제적인 파탄상태로 몰고 간 뒤 도박판으로 꾀어서 재산을 다 탕진시키고 그의 아들 헤어턴까지 몸 종으로 만들어 짜릿한
보복을 한다. 또 증오심 때문에 자신의 연적인 에드거의 여동생 이자벨라를 유혹해 사랑없는 결혼생활가운데 그녀를
학대한다. 히스클리프의 복수심은 사랑하는 여인 캐더린도 죽고, 이자벨라도
죽고, 원수였던 에드거, 힌들리등 모든 주변인물들이 죽고난 후 저들의
자식대까지 전달된 후에야 가라앉게된다. 3대에 걸친 원한과 사랑의 애절한 러브 스토리는 주인공 히스클리프가
캐서린의 죽은 유령을 환영가운데 보며 막을 내린다.
영혼까지 연결되는 절대적인 사랑은 유한한 인간이 짧은 인생을 살며 허망되이 꿈꾸는 지고지순한 이상향이다. 불나방이 불을 향해 날라들 때 불의 온도를 개의치
않는 것처럼 사랑이라는 열병은 때로는 모든 조건과 환경을 초월해 그냥 일어나는 ‘사건’으로 작가들에게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가장 좋은 작품 소재가 되는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