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스티븐슨 <지킬박사와 하이드>
사람을 뜻하는 영어의 person 이란 단어는 그 어원을 라틴어의 persona 즉,
가면이라는 단어에서 찾을 수 있다. 인간은 모두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의미가
함축되있는 것이다. 인간의 이중성, 사람안에 있는 선과 악의 대결,
갈등은 창세부터 일반 고전은 물론 성경에서도 심각하게 다루고 있는 이슈다. 사도
바울은 신약성경 로마서 7장에서 이런 고백을 하고 있다.
“선을 행하기 윈하는 나에게 악이 함께 있는 것이로다…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내 자신이 마음으로 하나님의 법을 육신으로는 죄의 법을 섬기노라.”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사도 바울 조차도 고민했던 인간의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 선과 악의 대결, 인간과 신의 영역, 낭만주의와 리얼리즘의 대립을
지킬박사와 하이드라는 두 자아의 대립으로 표현한 소설이다.
주인공 지킬박사는 자신 내면의 유혹과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귀족집안에서 태어나 예의범절 교육을 받고 자라나
불쌍한 사람을 동정하고 선행을 베풀며 사는 과학자였지만 그의 마음가운데 전통과 격식에 눌려왔던 나쁜 욕망들을 분출할 곳이 없어 늘 갈등하는 불행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래서 지킬박사는 인간의 이중성을 분리하려는 연구에 성공해 약물로 자기 안에 있는 악을
독립적인 인간으로 변신시킬 수 있게 되었는데 그가 바로 악의 화신인 에드워드 하이드였다. 인간의 이중성,
자아분열 증세를 극적인 소설 설정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19세기 영국은 빅토리아 여왕의 전성시대를 구가하면서 국가적으로 번영일로를 달리고 있었다. 귀족들은 겉으로는 형식과 체면을 차리면서 품위있게 살고 있는 듯했지만 속으로는 쓰레기통같은 욕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앞 뒤가 판이하게
다른 가식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그래서 당시 귀족사회에서 가장 유행했던 파티컨셉은 가면무도회였다.
이런면에서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는
가식적이고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던 당시 귀족사회에 대한 사회적 고발이기도 하다.
스티븐슨은 풍부한 상상력과 뛰어난 산문 기술을 가진 작가로 19세기 영국문단에서 ‘지킬박사와 하이드’ 그리고 탐험소설 ‘보물섬’을 발표했다. 30세 중반에 패병에 걸리면서 건강이 급속히 악화되었고, 나중에 요양을 위해 가족과 함께 사모아 제도의 섬에서 요양생활을 하다가 44세의 나이로 짧은
삶을 마감했다.
오늘날 많은 현대인들이 자아분열증세에 시달리고있다. 가면을 너무 오랫동안 쓰고 있다보니 가면이 자신인지
가면을 벗은 얼굴이 본인인지 구별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고민하기
보다는 남들이 어떻게 자신을 보고 있는가에 더 많은 관심과 시간을 보내며 살고있다.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내 속엔 내가 어쩔 수 없는 어둠/ 당신의 쉴자리를 뺏고/ 내 속엔 내가 이길 수 없는 슬픔/ 무성한 가시나무숲 같네…” 가시나무 새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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