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쉬킨 <예브게니 오네긴>
모스크바
시내의 가장 중심가에는 푸쉬킨 공원이 있다, 모스크바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지하철을
타고 푸쉬킨스카야 정거장에서 내리면 대도시안에 그림처럼 잘 정돈된 아름다운 푸쉬킨 공원에 도착한다. 이 장소는
계절에 상관없이 러시아의 젊은 연인들이 즐겨 찾는 곳으로 공원 중앙에 러시아 국민시인 알렉산더 푸쉬킨 동상이 우뚝 서있다.
푸쉬킨은 19세기 러시아 격동의 시기에 불꽃 같은 삶을 살다가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천재시인이었다. 푸쉬킨 이전에 러시아에는 문학 작품이라고 할 만한
것들이 없었다. 러시아어는 푸쉬킨의 창작노력에 의해 비로서 문학적 가치를 담는 언어로 정제되었고,
푸쉬킨 이후에 도스도엡스키, 톨스토이, 투르게네프와
같은 문학 거장들이 줄줄이 출현하면서 러시아 문학작품들이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런면에서 푸쉬킨은 러시아의
세익스피어와 같은 존재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슬퍼하거나 노하지말라 /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오고야 말리니 / 마음은 미래에 살고
/ 현재는 우울한 것 / 모든 것은 순간에 지나가고 / 지나간 것은 다시 그리워지리라…”
알렉산더
푸쉬킨에게 있어서 삶은 인격체였고, 연인이었으며 사랑의 대상이었다.
그는 명문 귀족가문에서 태어났지만 혈통에 아프리카의 피가 섞여있는 좀 특이한 귀족가문 출신이었다. 그의 나이 30이 되던 해 운명적으로 만난 절세의 미녀 나탈랴 곤체로바와 결혼에 성공했다.
그러나 그의 결혼생활은 결코 행복하지 못했다. 푸쉬킨은 나탈랴를 향한 뜨거운 마음을
시와 소설로 창작화하는 작업에 전념하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아내 나탈랴는 단테스라는 네덜란드출신 외교관과
외도를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이에 격분한 푸쉬킨은 연적과 결투를 벌이다 복부에 치명 총상을
입고 죽게된다. 삶이 푸쉬킨을 속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미래에 두고 살아야한다는 어쩌면 가장 유명한
시 한편 후세에 남겼다.
소설 <에브게니 오네긴>은 그런면에서 푸쉬킨의
자전적인 운문소설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주인공 오네긴은 청순한 처녀 타티아나로부터 사랑의 고백을 듣게되지만
그 당시에는 오히려 타티아나에게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았다가 훗날 백작 귀부인으로 변신한 타디아나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뜨거운 열정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그 때 타티아나는 더 이상 오네긴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하게 되고 오네긴은 이 와중에 타티아나의 여동생 올가의
애인과 다툼 끝에 결투를 벌여 그를 살해하게된다. 소설속의 이 장면은 수 년후 푸쉬킨이 아내 때문에 결투를
벌이다 삶을 마감하는 것과 꼭 같은 장면이기도 하다.
소설
<에브게니 오네긴>은 엇갈린 사랑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오네긴은 재능을 가지고 잇으면서도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붕괴되어가는 19세기 러시아 지식인의 전형적인 모습을 그리고 있다. 훗날 차이코프스키는 오네긴과 타티아나의 엇갈린 사랑이야기를 오페라로 만들어 많은 클래식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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