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밀턴 <실락원>
에덴동산은
인간에게 주어진 완벽한 환경의 파라다이스였다. 먹고 사는 자연환경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그 곳이 낙원일 수 있었던 이유는 아직 죄가 인간의 심성가운데 녹아들지 않았기 때문에 오직 사랑과 행복, 기쁨만이 넘치는 진정한 낙원이었다. 20세기 초반, 과학과
문명이 무섭게 발달되면서 한동안 서구에서는 인간이 힘을 합하면 잃어버렸던 낙원을 이 지상에 다시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팽배했던 적이
있었다. 바벨탑 공사가 그랬듯이 이번에도 신의 영역에 도전해서 무언가를 해보겠다는 이런 인본주의적인 생각은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인간은 스스로의 힘으로 낙원을 건설할 수 없다는 자가진단을 내리게 된다. 인류의 역사를 통해 실락원 회복을 위한 몸부림은 이스라엘의 나라회복 의지만큼 구구절절하고 이미 인류의 DNA안에 각인되있는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이다.
존
밀턴의 실락원(Paradise Lost)은 단테의 신곡과 더불어 최고의
기독교 서사시로 평가된다. 밀턴은 그의 놀라운 상상력 그리고 성경해석을 통해 창세기에 기록된 천지창조와 인간의
탄생과 타락, 그리고 그리스도를 통한 인류 구원의 역사를 대 서사시로 풀어내고 있다.
전12권으로 구성된 실락원의 이야기는 천사장가운데 하나였던 루시퍼가 신의 권위에 반역하는 사건에서부터
시작된다. 루시퍼는 “천국에서 섬기는 자가 되는니, 지옥에서 지배하는 자가 되겠다”라는 당돌한 말을 하면서 다른 타락한 천사들을 부축여 반역할
다른 계획을 세운다. 이번에는 직접적인 대항보다는 신이 창조한 인간을 유혹해서 그들을 타락시킬 것을 생각해내고
쾌재를 부른다. 에덴동산에서 아무 걱정 근심없고 살고 있던 아담과 이브를 찾아 뱀으로 변신한 사탄은 이브를
유혹해 금단의 선악과를 따먹게한다. 사과를 따먹은 것이 뭐 그렇게 대수인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것은 인간이
자유의지를 발동해 신의 명령을 최초로 거역한 불순종이라는 엄청난 죄 값을 치루게 되는 사건이었다. 그로인해
아담과 이브는 낙원에서 쫒겨나 불안과 걱정 근심가운데 나날을 보내게 되고 그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육신의 정욕이라는 것이 저들을 사로잡게 된다.
사탄과
인간은 모두 불순종이라는 같은 종류의 죄를 지었다. 그렇지만 사탄은 자기 스스로 자발적인 반역 죄를 지은 반면에 인간은 사탄의 간교한 계략을 통해 유혹받아 명령을 어기게 되는…
그래서 똑같은 불순종이라해도 어찌보면 인간에게는 재고의 여지가 있는 그런 죄를 지었다. 때문에 신은 인류의 구속사에 다시한번 직접 개입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원죄를 씻어내고 구원받아 파라다이스로 돌아갈 수 있는 길을
열어두게 된 것이다. 4백여년전 존 밀톤이라는 청도교가 시력을 상실한 후 눈에 더 이상 보이지 않는 낙원을
대 서서시로 그려내면서 전해주고 있는 메시지는 어찌보면 간단하다. 인간은 원죄로 인해 낙원을 잃어버렸지만
그 낙원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반드시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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