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하디 <테스>
19세기 영국 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테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선정적인 성적 묘사 때문에 당시 보수주의자들은 법원에 출판금지를 요청하는등 설레발 치기도했는데
오히려 이런 소동으로 테스는 더 유명한 소설이 되었다. 한편에서는 사실주의에 입각한 소설로 영국사회내에 존재하고
있던 남녀 차별주의, 종교인들의 이중성, 여권신장등의 문제들을 비극적,
염세적으로 그려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테스는
운명이 기구한 여인의 대명사다. 아름다운 미모의 여인이었지만 오히려
그 미모때문에 강간을 당하고 원치않는 임신까지 하게된다. 나중에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남자 에인젤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지만 첫날밤 자신의 과거를 고백했다가 남편은 순결을 지키지 못한 테스를 용납할 수 없다며 떠나고 만다. 모든 것이 여자책임이라는 것이다. 그 와중에 옛 남자가 다시 찾아와 테스는 그와 함께 살고
있는데 남편 에인젤이 마음을 고쳐 먹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제는 남편과 함께 사랑의 도피를 하기 위해 테스는
그 옛 남자를 죽이고 도주하지만 결국 체포돼 사형 당하는 비극적 종말을 맞는다. 물론 한 여인의 기구한 운명
탓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포인트는 성의식에 대한 사람들의 모순과 차별이었다.
성(性)문제에 관한 한 사람들은 시대와 문화를 막론하고 항상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다른 사람이 성적인 문제를 일으키면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죄지만 자신이 그 입장이 되면 갑자기 관대해 진다.
그래서 남들의 외도는 불륜과 간통이지만 자신의 외도는 로맨스라고 하지 않는가. 성경에
기록된 ‘간음한 여인의 이야기’는 이런 이중성을 설파한 명판결이었다.
간음현장에서 발각된 여인을 예수앞으로 끌고 나와 모세 율법에 따라 돌로 쳐 죽이겠다고 서슬이 퍼렇게 오른 사람들을 향해
예수님은 “죄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를 돌로 쳐라”라는 말씀 한마디로
재판관의 위치에서 돌을 들고 우쭐대던 대중들을 한 순간에 피고의 자리로 곤두박질 치게 만든 대 반전이었다. 그런데 간음한 여인의 이야기에서도 간음한 남자는 왠지 실종돼있다. 간음의 현장에서 여자가 잡혔다면
분명 상대 남자가 있었을 터인데 이야기가운데는 오직 여인만을 죄인으로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오래전 마광수라는 작가가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그는 대학 교수로서 많은 사람들이 성적인 이야기는 껌껌한 골방구석에서 혼자하는 것이라고 ‘내숭’을 떨고 있을 때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라는 파격적인
에세이집을 내서 파문을 일으켰다. 이 에세이로 인해 대학에서는 그의 강의권을 박탈하고 강단에서 쫓아 내기도했다.
성문화가 그렇게 판치고 있는 한국에서 ‘나름대로’ 솔직하게 성에대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면 그것도 비난과 처벌의 대상이 되었던 한국의 현실도 어찌보면 성의식에 대한 또 다른 스테레오
타입이라고 밖에는 말 할 수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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