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파스테르나크 <닥터 지바고>
세월의
강을 한 참 건너 뛰었다. 그동안 주로 고대, 중세 시대의 고전 작품들을 섭렵해왔기에 이번부터는 근대문학, 특별히 러시아 고전문학작품들을
우선 몇 권 소개하고자 한다.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러시아 고전 문학 작품들은 대부분 19,
20세기에 완성된 작품들이다. 19세기 초반에 불꽃같이 짧은 인생을 살다간 러시아의
국민 시인 알렉산드르 푸쉬킨 이전에 러시아에는 이렇다 할 만한 예술성있는 문학작품이 없었다. 그런데 푸쉬킨
이후 투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등 근대문학의 거성들이 줄지어
출연하면서 짧은 시간내에 러시아 문학작품들이 세계문학의 중심 무대에 등장하게 되었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는 나에게 있어 가장 ‘운명적인’ 소설책이다. 사춘기때 이 책을 읽고, 또 데이빗 린 감독의 영화를 본 후 설원의 땅 러시아에 대한 동경과
푸른 문화에 대한 갈증은 마치 문신처럼 내 마음 가운데 각인돼 있었다. 만약 사람들이 전생이라는 것을 믿는다면
아마도 나는 전생에 러시아인이었을 지도 모르겠다라는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했다. 나는 그 만큼 러시아를 사랑한다.
20여년 전 아직도 공산주의의 분위기가 곳곳에 그대로 남아있던 러시아땅에서 5년간
사는 동안 나는 그곳에서 ‘나만의 라라’를 만나서 결혼을 했다. 내 아내 올가는 그렇게 러시아 자작나무 같은
러시아 여인이다.
소설
닥터 지바고를 뚫고있는 두개의 큰 줄거리는 공산혁명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지바고, 라라의 숙명적인 사랑이다. 천재적인 영화감독 데이빗 린은 1958년 이 작품이 노벨상 수상 작품으로 결정된 후 곧바로 영화 제작에 들어가 불후의 명화 닥터 지바고를 완성했다. 영화에서는 지바고와 라라의 숙명적인 사랑이 강조돼 러시아의 광활한 설원을 배경으로 한 그 둘의 사랑이 너무도 애듯하게 서정적으로
그려져있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오히려 러시아 공산혁명으로 인한 사회적 긴장감, 그리고 혁명기를 살아가는 지식인으로 사상적 충성보다 개인적인 자유와 낭만을 선택하는 의사이자 시인이었던 지바고의 심리적인 상태가
좀 더 자세하게 그려져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목사라는 직분을 달게 돼서 그런지 얼마전에 이 영화를 다시 보면서는 예전과 같은 그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건강한 가정, 건전한 부부생활를 가르치는 목회자의
시선에서 지바고와 라라의 사랑은 숙명적인 사랑이기 보다는 조강지처를 버린 지바고의 ‘외도’가 더 크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아, 이것도 일종의 직업 의식인가! 영화는 그냥 영화로
보면 되는데 무슨 현실 적용을 하고 이러나… 젋었을 때는 라라 같이 열정적인 여인을 동경하다가 나이가 들면서는
가정적이고 정숙한 소냐와 같은 여인 모습에 안주하게 되는 것이 바보같은 남자들의 속성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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