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초서 <캔터베리 이야기>
고전산책의
무대를 이번 주 부터는 러시아에서 영국으로 옮긴다. 한 나라의 문학적 특징은 인종과 환경(사회적 구조) 그리고
시대적 상황이라는 3가지 요소에 의해 정해진다. 영국 문학은 여러 유럽
민족사이에 벌어진 전쟁과 교류등을 배경으로 그 형식이나 내용 표현에 있어서 매우 자유롭고 범위가 넓은 것이 특징이다.영국에서는 14세기까지 대부분 전승에 의한 중세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뤘으나 이른바 “중세의 해질녘에서 근세의 해뜰녘 사이”에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가 완성되었다. 때문에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는 영국문학사에서는 각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초서는
유럽대륙의 여러나라들을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당시 스페인, 이탈리등지에서 꽃피기 시작한 르네상스의 분위기를 접할 수 있었다. 그는 단테와 보카치오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캔터베리 이야기”는 그런면에서 보카치오의 “데카메론”과 매우 흡사한 이야기 틀을 가지고 있다. “캔터베리 이야기”는 순례자들의 이야기 모음집이다. 유럽대륙의
크리스천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행적을 따라 예루살렘이나 또는 야고보의 유골이 안치된 산티아고로 순례여행을 떠날 때, 영국 기독교도들은 캔터베리 대성당으로 순례를 떠났다. 이 성당이 영국 최고의 성지가 된 것은
1170년 성 토마스 베킷 대주교가 교회의 권한을 축소하려던 헨리 2세에 맞서다
암살된 이후였다. 토마스 대주교는 3년후 성인으로 위촉되었다.
캔터베리는 런던에서 남동쪽으로 약 1백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으로 순례자들은 약
4일정도에 걸쳐 런던에서 캔터베리 대성당으로 순례 여행을 떠나곤했다.
“캔터베리 이야기”는 이렇게 순례여행을 떠나기로 작정하고 런던의 한 여관에 묶고있던
20여명의 순례자들이 오가는 길에 가장 흥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에게 여행경비를 다 갚아주고 돌아와서 풍성한 음식을
먹게하자는 제안을 하게된다. 이렇게 해서 풀어놓기 시작한 순례자들의 이야기 보따리는 꼬리를 물고 계속되는데
이들이 거침없이 쏟아낸 24편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영국의 근대화 이행과정, 삐거덕대는 귀족 사회의 속사정, 성직자들에 대한 불신, 그리고 중세 암흑기에는 인정될 수 없었던 성(聖)과 속(俗) 두 세계를 그대로 품어가는 작가의 유별난 작품세계를 목격하게 된다.
“4월의 감미로운 소나기가/ 3월의 가뭄을 속속들이 꿰뚫고 / 꽃을 피게 하는 습기로 / 온 세상 나뭇가지의 힘줄을 적시어 주면 / 서녘바람 또한 달콤한 입김을 / 산나무 밭 애송이 가지의 끝과 끝 속에 불어 넣어 준다.”서시(序時)가운데서…
초서의
작품들은 영국문학에 있어 새로운 지평선을 열었고, 그로부터 약 2세기가 지난 후 영국문학의 영원한 황제 월리엄 세익스피어가 영국 문학사에 등장하면서
영국 문학은 황금 시대를 맞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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