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0일 금요일

29 솔제니친 <수용소 군도>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수용소 군도>

솔제니친이 러시아로 귀환하던 날 모스크바는 마치 국경일과 같은 분위기 였다. 서민들과 함께하는 국민작가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함이었는지 그는 비행기를 마다하고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대륙을 건너 모스크바에 입성했다. 1994년 당시 나는 모스크바 인근 바투진키라는 조그마근 도시에서 살고있었는데 신문과 방송에서 얼마나 시끄럽게 솔제니친의 귀환을 대서특필로 다뤘는지 기억에 생생하다.

<수용소 군도> 1970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나 소련체제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강제추방당해 미국에서 20년동안 망명 생활을 했던 그는 사실상 소련공산체제를 비판했기보다는 인간의 부조리를 비난하고 어느 곳에서든지 집권세력과 타협하지 않았던 양심작가라는 평이 더 적합할 것이다. 동서간의 이데올로기 논쟁으로 미국, 소련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던 때 솔제니친과 같은 반체제 작가의 등장은 미국정부에 희소식이었다. 그래서 미국은 솔제니친을 버몬트주의 한적한 별장에 머물도록 배려를 다하면서 대접했다. 그런데 막상 미국에 머무는 동안 솔제니친은 미국의 자본주의를 강력히 비난해 미국의 의도와는 달리 역효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결국 솔제니친이 저항했던 것은 소련이나 미국의 체제, 제도 보다는 인간의 부조리, 야만성에 대한 양심선언이었다.

그래서 솔제니친이 본 인간의 역사는 인간 야만성의 역사다. 물과 육지사이에는 당연한 경계선이 있고 넘지 말아야할 도가 있는데 때로는 파도가 마치 육지를 모두 삼키려는 듯이 기를 쓰고 파고 들어오는 때가 있다. 그가 경험한 스탈린의 독제정권은 육지를 삼키려고 달려드는 흉직한 파도였다. <수용소 군도>는 소련 스탈린 독제체제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권리를 말살하고 시베리아 곳곳에 세워진 강제 수용소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기록문학 형식으로 집필한 작품이다. 솔제니친은 2차대전직후 스탈린을 비난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시베리아 강제수용소에서 8년동안 복역했던 경험이 있는데 그 때의 일들을 바탕으로 <수용소 군도>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와 같은 작품을 완성했다.그 작품가운데는 죄 없는 평범한 시민들이 어느날 한밤중에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KGB에 의해 체포당해 시베리아 강제수용소에서 어떤 고문을 당하고 생존을 위해 얼마나 인간이 비참해 질 수 있는지를 빼꼭하게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뉴욕타임즈 베스트 셀러 오른 책가운데 “Escape from camp 14”(14번 수용소로부터의 탈출)이있다. 이 책은 신동혁이라는 탈북자 20대 청년이 북한 강제노동수용소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성장하며 부모와 형제를 불순분자로 고발해 사형시키고, 먹을 것이 없어 쥐와 바퀴벌레까지 잡아먹고 공사장에서 쓰레기보다도 못하게 취급받는 생지옥같은 수용소의 현실을 다큐멘타리 형식으로 기록하고 있다. 위싱턴 포스트의 북한 전문기자 브라이언 하든이 쓴 이 책은 솔제니친이후 또 다른 수용소 군도가 오늘날 북한 땅에 그대로 잔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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