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국 <순교자 The Martyred>
고전산책의 무대를 그동안 영국에서 다음주부터는 프랑스로 옮겨가는 막간을 이용해 한동안 내 마음가운데 뱃고동처럼 긴 여운을
남겨논 한국 소설 김은국의 ‘순교자’를 소개한다. 이 작품은 지난
1964년 미국 문단에서 영어로 발표돼 20주간 연속 베스트 셀러의 자리에 올랐던
작품을 나중에 한국어로 재출간한 것이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미국소설로 분류돼야 할 작품이다. 재미작가 김은국은
한국계 소설가로는 처음으로 노벨문학상 후보에 까지 올랐으나 막판에 러시아 작가 솔로호프에게 자리를 내어주었다.
625전쟁중에 많은 목사들이 북한 비밀경찰들에 의해 처형당하는 일들이 있었다. 종전후 남한 정보국에서는
이런 일들을 좀더 조사해 북한의 잔악함을 알리는 선전용 자료로 사용하고자 10명의 목사가 집단 살해된 사건을
조사하게된다. 그런데 조사과정에서 현장에 다른 2명의 목사가 더 있었는데
이들은 처형되지 않고 풀려난 사실에 수사의 초점을 맟추게 된다. 처음에는 처형당한 10명의 목사는 자신의 신앙을 굽히지 않은 순교자였고, 살아남은 두명은 배교자라는 추측을 하게되지만
나중에 저들을 처형한 공산당 간부가 남한에서 체포돼 폭로한 진실은 누구도 원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이었다.
“그놈들은 개 같이 훌쩍거리고 낑낑거리면서 엉엉 울기도하고 살려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하나님을 저주하고 부정했다. 그래서 저런 놈들은 당연히 죽여 마땅하다고 생각돼 그 자리에서 총살했다. 그 와중에 한 놈은
정신이 돌아버려 총알이 아깝다는 생각에 살려주었고, 신목사라는 놈은 끝까지 당당하게 목숨을 구걸하지 않길래
살려줬다”
사건을 조사하던 남한 정보부 장대령은 철저한 군인이고 애국심에 불타는 심정으로 북한 간부가 말한 현장 상황을 은패하고 10명 목사에게 순교자라는 명예를 덧입혀 정치적 선전자료,
즉 공산당의 만행을 강조해 기독교인을 하나로 결집시키고 공산주의자에 대한 반감을 고조시키기로 한다…
이 소설의 중심에 있는 갈등은 ‘진실’에 대한 공방이다. 과연 무엇이 진실인가.
진실이라면 모든 것이 최선인가 아니면 불편한 진실, 알려져봤자 소용없는 진실은 나름대로
왜곡되어도 문제가 없는 것인가. 인간의 역사는 어쩌면 진실을 기록한 것보다는 승자 편에서 왜곡하고 날조한
사실들의 진열장 일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을 이 소설을 통해 추리하게된다.
또한 소설 순교자를 통해 작가 김은국이 그려내고자 했던 또다른 상황은 신앙의 문제이기 보다는 인간 부조리의 문제였다.카뮈가 그의 소설 ‘이방인’가운데 하나님의 사랑을 외치며 신앙에 대해 역설하던 사제가 어느날 문득 자신이 믿는
신이 정말 존재하고 있는가라는 칼날같은 회의의 반격을 그려냈던 것 처럼, 김은국은 이 소설을 통해 인간의
나약함,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겠다는 고백이 총구멍앞에서는 개처럼 처절하게 무너져 버리는 현실을 묘사하면서
인간의 나약함과 부조리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 소설이 던지는 심중의 질문은 독자를 향한 질문이기도하다.
“과연 당신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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