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오바니
보카치오 <데카메론>
데카메론은
“열흘 동안의 이야기”라는 뜻이다. 지난주에는 천일야화 즉“천일 밤 동안의
이야기”를 소개했었는데 이번에는 비슷한 이야기 틀로 구성된 데카메론을 소개한다.
데카메론의
화자(話者)는 모두 10명이다. 열흘동안 10명의 남녀가 나눈 1백편의 이야기가 실려있다.
14세기 유럽은 한 동안 생지옥이었다. 원인도 전염 경로도 알지 못했던 흑사병이 전 유럽으로 번져나가면서
약 2천5백만명이 몰살 당했다. 당시 유럽지역의 인구를 7천만명 정도로 환산하면 3명중
1명이 흑사병으로 죽어갔던 것이다. 이런 공포 분위기 가운데 사람들은 두가지 극단적인
부류로 나눴다. 한 부류는 블가항력 현실가운데 기독교 신앙에 더욱 귀의하며 수도원으로 들어가 세상과 단절된
삶을 추구했던 금욕주의자들이었고, 다른 한부류는 어짜피 죽을 운명이니 마음껏 인생들 즐겨보자는 쾌락주의자들이었다.
데카메론은
후자에 속한 10명의 젊은 남녀들이 흑사병이 돌고있던 이태리 피렌체
도시를 빠져나와 한적한 산속 별장에서 열흘동안 함께 머물며 마음껏 즐겼던 음담패설을 종합한 것이다. 이 책은
인문주의가 고개를 들기 시작하고 르네상스 운동의 시발점이 된 시점에서 쓰여진 작품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지만 그 내용을 좀 더 찬찬하게 읽다보면
아마도 중세시대에 쓰여진 가장 야한 외설작품이라는 느낌이든다. 단골로 등장하는 인물은 겉으로만 엄숙한 척하는
성직자와 외모가 아름다운 처녀, 부인들이다.
얼마나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는 지는 몰라도 데카메론에 등장하는 성직자들은 모두 성 도착자들이다. 젊고 이쁜 여자만 보면 자신의 신분이고 뭐고 다 떠나서 어떻게서 든지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하는 파렴치한 인물들로 묘사되고 있다. 어짜피 신앙이나 경건생활같은 것은 번거러웠기 때문에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10명의 청춘남녀들은 성직자들을 그렇게 우롱하면서 내심 큰 쾌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세째날 열번째 “알베라크의 이야기”는 대표적
예다.
“알베라크라는 이름의 이교도 아름다운 처녀가 진리를 찾기위해 수도원으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루스티코라는
신부를 만나는데 그는 알베라크의 아름다움에 눈이 멀어 궁리하던 끝에 어느날 진리를 알기 위해서는 옷을 모두 벗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남자의 그것은 악마, 여자의 것은 지옥인데 악마는 지옥으로 보내야한다며 쾌락을 즐겼다.
그러자 알베라크는 역시 진리를 아는 일을 매우 즐거운 일이구나라고 좋아하면서 신부를 찾아가 악마를 지옥으로 더 자주 보내달라는
간청을 했다”
거의
비슷한 시대에 쓰여진 단테의 <신곡 神曲>에 비해 보카치오의 데카메론은 살아있는 인간 냄새가 폴폴나는 <인곡 人曲>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성과 내용을 오늘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물론 독자의 몫이다.
하지만 흑사병으로 인해 사방에 죽음의 냄새가 역겹게 나고 있던 상황에서 보카치오는 어쩌면 나약한 인간에 대한 연민,
신에 대한 좌절감, 성직자들에 대한 적개심을 성(性)이라는 가장 원초적이고 인간적인 언어를 통해 표현함으로 죽음의 시름을 잠시라도 잊으려했던 것은 아닐까라는 추측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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