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반테스 "돈키호테"
인간은
다르지만 같다. 인문고전을 읽을 때 시공을 초월해서 때로는 문화권에
아랑곳없이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인간은 결국 같다”라는 공통분모 때문이다. 단테의 신곡을 통해서 감동을 받는 사람들은 14세기 유럽사람들이나 21세기 스마트 폰을 가지고 사는 동양인들이나 공통적으로 그 작품가운데서
발견하게 되는 공감대의 진리가 있기 때문이다.
고전가운데
대표적으로 드러나는 소설적 인간형은 두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돈키호테형이고 다른 하나는 햄릿형이다. 돈키호테는 현실을 무시하고 독선적인 정의감에
이끌려 이상을 향해 돌진하는 성격의 소유자다.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며 배운 것은 없지만 마음이 착하고 정의로운
사람의 대명사다. 웃음거리가 되기도 하지만 돈키호테적인 순수함은 감동의 대상이기도 하다. 이에 반해 햄릿형은 사색적이며 회의적인 경향이 강하고 결단과 실행력이 약한 성격의 소유자다. 행릿은 고뇌와 갈등과 번민을 거듭하는 지성인의 상징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러하고,
저렇게 생각하면 저러하니 도무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좌지우지, 우유부단한 인생을
살는 것이다.
소설
돈키호테는 작가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형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움으로서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이상만을 추구하는 인물을 풍자하고 있다. 동시에 중세의 봉건적 질서에 대한 믿음이 르네상스의 물결에 의해 무너지는 상황에서 근세
전환기의 시대적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인간을 희극적, 풍자적으로 표현함으로 중세적 질서에 대한 비판을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자신의
꿈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저돌적으로 나아가는 돈키호테의 성격으로부터 키호티즘(Quixotism)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것은 돈키호테적인 성격이나 생활태도를 가리키는 말로 사실상 모든 선구자,
예언자, 개혁자들의 보편적인 특성이 되었다. 눈앞에 보이는 사실적인 현실을 부정하고 보다 높은, 보다 가치있는 환상적인 현실,
즉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의 대명사인 것이다. 때문에 소설 돈키호테는 단순히 미친
사람의 재미있는 이야기에 머물게 하지 않고 더 높은 뜻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고 / 싸워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움을 하고 /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 잡울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전정한 돈키호테가 더 많이 필요한 시대에 살고있다. 우리 시대의 영웅들 가운데 참 된 이상을 향해 돈키호테가 풍차를 향해 광적으로 달려가는 것 처럼 그렇게 저돌적으로 매달리는 패기와
어리석을 정도의 순수함을 찾아 볼 수 있는 그런 자들이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설 돈키호테를 읽으면서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 모습이 교차되는 순간이 있었다. 돈키호테의 저돌적인 이상주의와 아이큐가
75인 저능아지만 너무도 순수한 영혼의 포레스트 검프가 혼합되면 과연 어떤 인물이 나올까? 돈키호테같은 질문을 스스로 해 보면서 오늘 고전 산책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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