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번연 <천로역정>
평생을
한 자리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그대로 죽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태어나서 성장하며 여러 곳을 여행하기도하고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때로는 유혹에
빠져 방황의 길을 걷다가 정신차리고 새 출발을 하기도 하는 것이 인생이다. 인생은 나그네 길이라는 유행가도
있지만, 우리 인생은 길고 짧음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여행길또는 순례자의 길로 비유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천로역정’(The Pilgrim’s Progress)의 작가 존 번연은 비슷한 시기에 ‘실락원’을 쓴 존 밀턴과 함께 17세기 영국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청교도 혁명의 중심 세력이었던 크롬월이 찰스2세 국왕에 의해
말려나면서 한 동안 영국에서는 청교도들에게 설교가 금지되었던 적이있었다. 그것은 신교에 대한 구교 세력의
탄압이었다. 그런데 열렬한 청교도 추종자였던 번연은 당시 그런 사회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청교도 신앙을
강조하는 설교를 하다가 체포되어 12년동안 감옥에 갇히게 된다.
번연은
이 기간동안 감옥안에서 성경 말씀을 더욱 깊이 연구하다가 불후의 명작 ‘천로역정’를 완성했다. 고난의 시간이 오히려 그에게는 하나님을 더욱 가까이 하면서 창작의 열정을 불사르는
축복의 시간으로 바뀔 수 있었던 것이었다.
존
번연은 성경에 근거해 우리의 인생을 천국을 향한 순례자의 행로로 그려냈다. 중세 영국에서는 우화소설들이 유행했었는데 천로역정은 이런 우화소설의 완성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은유적이며 우화적인 등장인물들의 이름 (주인공 크리스천을 비롯해, 순종, 전도자, 소망, 온순, 고집쟁이, 무지, 위선자 등), 거처가는 도시 이름들(파멸의 도시,
기쁨의 산, 절망의 늪 등)을 통해 사람들이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상황들을 비유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번연은 순례자의 길이 때로는 얼마나 위험하고 고난스런
길인지, 여행에 별로 필요도 없는 무겁기만한 짐을 등에 지고 계속 고생하다가 십자가 앞에 서는 순간 그 무거운
짐이 자동적으로 내려지는 사건을 통해 십자가를 정면으로 대면하는 일이 얼마나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역설하고 있다. 또한 순례의 길을 순탄하게 가던 도중 의심의 성이라는 곳에 잠시 들렸다가 위기에 처해진 주인공 크리스천이 믿음이라는 친구의 도움으로
극적인 탈출하는 장면또한 크리스천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천로역정은 1,2부로 나눠져 있는데, 1부에서 크리스천 혼자 순례의
길을 떠났다가 2부에서는 아내 크리스티나와 4명의 자녀,
그리고 이웃 한명등 그룹을 만들어 순려의 길을 떠난다. 이런 구성은 천국을 향한
순례의 길을 갈 때 가족 모두가 함께 동참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목적지를
알고 하는 여행과 목적지가 불분명한 여행은 그 과정에 큰 차이가 있다. 전자의 경우는 길에서 시간 낭비하는 경우가 없지만, 목적지가 없으면 도중에 낭비하고 방황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천로역정이 주는 인생의 교훈은 확실한 목적과 종착역을 알고 사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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